[뉴스토마토 전재욱 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흥준)는 28일 간첩 혐의로 기소된 유우성씨(34)의 사건을 2주 뒤 결심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유씨의 간첩 혐의 외에 북한이탈주민보호 및 정착지원법에 관한 공소장 변경을 위해 추가기일을 지정해 달라는 검찰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같이 결정했다.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종결하면 재판부 입장에서 심리미진이라는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결심이 안된 상태라 공소장변경을 하지 말라고 막을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기소권의 행사는 검사의 재량권한에 포함되고 공소장 변경하기로 결정한 이상 적어도 한 번의 기회는 주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신속한 재판의 헌법적 원칙이 존재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범죄자들(검사들)이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사기죄를 잡겠다고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유씨를 변호하는 장경욱 변호사는 "당사자에게 고통을 주는 추가기일 지정의 의도가 분명하고, 여론에 의해 하는 게 분명해 보인다. 공소장 변경 신청이 심리미진이라고 받아들여지는 부분은 법조인의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재판부에 항의했다.
검찰은 추가기일을 달라는 요청은 사기 혐의뿐 아니라 유씨의 간첩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보강하려는 준비과정도 포함돼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추가로 기일을 잡은 이유는 공소장 변경을 위해 필요한 기간을 고려한 것이지, 간첩 혐의의 입증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고 제한했다.
다만 공소장 변경을 위한 추가기일 지정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2주 후 결심하고, 그로부터 2주 후 선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유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라도 심리를 종결해달라는 변호인단의 요청에 대해서도 "유례가 없는 사안"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25일 재판부에 유씨의 사기 혐의에 대한 공소장 변경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냈다. 이날 예정된 결심 공판을 미뤄달라는 의미였다.
유씨가 재북화교 신분을 감추고 탈북자에게 지급되는 정착지원금을 받은 혐의에 북한이탈주민보호법이 아닌 사기죄(7년)를 적용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앞으로 유씨가 2008년 이후 받은 부당수령 지원금 2500만원 외에 2006년부터 2년간 받은 5200만원을 추가할 계획이다.
애초 재판부는 이날 재판을 결심하기로 했다. 직전 공판이 열린 지난달 28일 검찰은 유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위조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심리를 끝내기로 변호인단과 합의했다.
이후 검찰은 전날 위조 의혹이 불거진 증거 3건을 철회했다. 해당 문건은 ▲중국 허룽(和龍)시 공안국 명의로 된 유우성씨의 출입경기록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출입경기록 발급사실 확인서 ▲싼허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사무소) 명의의 정황설명서다.
이와 함께 검찰은 문서가 진본이라는 점을 입증하고자 신청한 증인 임모씨에 대한 증인신청도 철회했다. 검찰은 1심에서 제출하지 않은 증거물과 유씨의 동생 가려씨의 증언만으로도 유씨의 간첩혐의 입증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1심은 유씨의 간첩 혐의에 무죄를, 북한이탈주민보호 및 정착지원법 위반 혐의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면서 검찰은 무죄를 뒤집고자 국정원 측으로부터 유씨의 출입경 기록 등을 받아 증거로 제출했으나 위조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간첩증거 위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다음주 초 위조문건 입수에 개입한 국정원 대공수사국 소속 김모 과장과 김 과장의 요청으로 문건을 입수해 건넨 협력자 김모씨를 기소할 방침이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피고인인 유우성씨가 28일 오후 항소심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법원종합청사로 들어서고 있다.(사진=박중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