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전자군단 삼각편대 진용..제일모직 역사속으로(종합)

이재용 시대 대비..힘 받는 전자군단

입력 : 2014-03-31 오후 2:52:38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SDI(006400)가 60년 전통의 제일모직(001300)을 품에 안았다. 삼성SDI는 이번 흡수합병으로 연간 매출 10조원 규모의 공룡으로 도약하게 됐다. 전자군단 내 넘버3 규모다.
 
동시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009150)와 함께 맏형인 삼성전자(005930)를 떠받치는 부품 삼각편대의 진용을 갖추게 됐다. 패션에서 부품소재 기업으로 변신한 제일모직은 삼성그룹의 모태였던 화려한 과거사를 접고, 전자군단에 공식 합류하게 됐다.
 
삼성SDI는 31일 1:0.4425482의 비율로 제일모직을 흡수 합병한다고 공시했다. 양사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확정할 계획이다.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합병해 존속법인이 되고, 제일모직이 소멸법인이 되는 구조다.
 
합병이 완료되면 삼성SDI는 단순합산으로 자산 15조원, 매출 9조5000억원(이상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 10조원, 직원 1만4000명(지난해 3분기 말 기준)의 거대 계열사가 된다. 1954년 삼성그룹의 모태기업으로 출발한 제일모직은 6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전자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합병이 지난 2012년 에스엘시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등을 묶어 삼성디스플레이를 출범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계열사 교통정리'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첩되는 사업을 하나로 통일한 것과 달리, 이번 합병은 다른 사업 영역을 가진 두 회사 간의 합병이어서 또 다른 배경도 주목 대상.
 
무엇보다 3세 경영을 위한 사전포석으로 보는 시선이 짙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휘하는 전자군단에 힘을 싣는 동시에 계열사를 단순화시킴으로써 명실 공히 이재용 시대를 대비했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의 모태로 상징적 의미를 지닌 제일모직까지 껴안으면서 명분과 실리도 취하게 됐다.
 
◇(왼쪽부터)제일모직, 삼성SDI 본사.(사진=각사 제공)
 
흡수 합병되는 제일모직은 삼성SDI 내 하나의 사업부로 편입될 전망이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비전은 오는 5월말 주주총회 이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내부 관계자들은 기존 제일모직이 담당하던 자동차 및 전자부품, 소재 등 사업영역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삼성SDI 입장에서는 기존 에너지 사업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소재 및 원천기술 등으로 영역을 대폭 확대한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 또 자동차 부품소재 사업에도 관여하고 있던 제일모직의 가세로 영업 네트워크 확대 및 고객사 확보가 더해져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제일모직이 태양전지 전극용 소재와 2차전지 분리막 사업에도 주력해온 만큼 전지 및 배터리 분야에서의 삼성SDI와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제일모직은 태양전지 전극용 소재를 중국 대만 등으로 수출하고 있고, 2차전지 분리막 사업을 위한 파일럿 라인을 지난해 의왕 R&D센터에 세우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해 제일모직이 독일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기업인 노바엘이디를 인수하며 확보한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력과 관련 특허들도 삼성SDI 소속으로 이관된다. 또 자동차 내외장 부품 역시 그대로 삼성SDI로 넘어오게 된다. 자동차, 에너지, 디스플레이 소재 사업 부문에서 매출이 크게 확대된다는 얘기다.
 
한편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삼성그룹 내 부품 계열사에 대한 교통정리가 올해 역시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미래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신수종 사업 추진과 함께 지난해부터 계열사 간 사업이 중첩되는 부문을 조정하고, 성장성이 낮은 부문은 통합하는 등의 전면적 사업조정을 진행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내에서 현재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타 계열사들은 독립적으로 자생하면서 사업 확장을 하기에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올해 역시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들이 수익성 제고와 미래성장동력 확보 등을 위해 그룹 차원의 사업조정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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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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