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최근 환율이 급등하며 환헤지 파생상품인 키코(KIKO)의 악몽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업계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듯했던 키코 관련 손실이 다시 부상할 조짐을 보이자 환율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원 하락한 1551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일 기록한 1552.40원이 단기고점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확산됐고 외환당국의 추가개입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며 달러 매물이 쏟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해 환율은 지난해 11월24일 1515.00원을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겨줬다. 이후 다소간 안정세를 보이며 같은해 12월30일 1259.50원까지 낮아졌던 환율은 올해 들어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지난달 12일 1400선을 돌파하더니 같은달 24일 1500선을 넘어섰고 급기야 지난 2일 1570.30에 이르렀다. 약 두달 만에 300원 이상 오른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까지 이슈가 될 만큼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던 키코 악몽이 다시 떠오를 만한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회에 기코 피해를 신고한 기업 187개 업체 중 66곳은 키코계약이 만료돼 손실이 확정됐다. 그러나 아직 119개 업체는 키코 계약에 묶여있다.
현재 중앙회는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경우 이들 119개 기업의 평가손이 약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나마 이날 당국이 8~10억 달러 규모의 시장개입을 하면서 환율이 소폭 하락했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최호 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정부가 1600선을 싫어하는 것 같다"며 "정부가 실력과시를 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분간 힘겨루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들의 불안감도 다시 커지고 있다.
최근 국내 시중은행들이 최악의 실적을 발표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향후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 부실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충당금을 쌓은 것이 주된 이유다.
그러나 여기에는 태산LCD 사태 등으로 홍역을 치른 하나은행의 경우처럼 키코 평가손 문제가 얽혀있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금처럼 비정상적인 환율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미 한번 어려움을 겪은 만큼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Copyrights ⓒ 뉴스토마토 (www.newstomato.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