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곡 '남자답게'를 발표한 그룹 엠블랙. (사진=제이튠캠프)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흔히 ‘아이돌 노래’라고 하면 빠른 템포의 댄스 음악을 떠올린곤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인기 아이돌들이 상대적으로 느린 템포의 곡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
B1A4는 지난 1월 ‘Lonely'를 발표했다. 이별 후에 아픔으로 다가오는 평범한 일상을 사실적인 가사로 표현한 노래. 잔잔한 브라스와 기타가 곡을 이끄는 R&B 힙합 장르의 곡이다. B1A4는 이 노래를 통해 각종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누렸다.
씨엔블루가 지난 2월 발표한 ‘Can't Stop' 역시 서정적인 느낌을 살린 노래다. 이 노래의 도입부는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과 함께 흘러나오는 보컬 정용화의 매력적인 목소리로 시작된다.
엠블랙은 지난달 24일 신곡 ‘남자답게’를 발표했다. 절제미가 느껴지는 슬로우 템포의 R&B 곡. 사랑과 이별의 기로에서 결국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가사에 담겼다. 빠른 템포의 전형적인 아이돌 음악과 분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아이돌 그룹들이 이와 같은 음악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팬들에게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라며 “음악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선 빠른 음악보다는 느린 음악이 아무래도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요계에선 보통 아이돌 가수들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는 기간으로 2년 정도를 잡는다. 이 2년은 해당 그룹만의 색깔을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아이돌 그룹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콘셉트를 내세워 꾸준한 활동을 펼친다.
하지만 가수로서 롱런하기 위해선 똑같은 스타일의 음악만 고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데뷔 후 5년 정도가 되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한층 성숙한 콘셉트로 변신하는 것이 아이돌 그룹들의 일반적인 흐름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B1A4는 올해 데뷔 4년차를 맞았고, 씨엔블루는 데뷔 5년차, 엠블랙은 6년차 그룹이다.
한 관계자는 “여성 그룹의 경우엔 귀여운 이미지로 활동을 하다가 섹시한 이미지로 변신을 하는 것이 보통”이라며 “반면 그와 같은 변화를 주기 힘든 남성 그룹들은 음악적으로 변화를 준다”고 전했다.
아이돌들의 느려진 노래는 결국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