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러시아의 루블화 약세로 남부유럽의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몇 년간 여름휴가철마다 따뜻한 남부유럽을 찾는 러시아인들이 증가해왔지만, 올해는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해외 여행을 떠나는 러시아인들이 줄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2일(현지시간) 모스코바국제여행·관광 컨퍼런스에 따르면 올 여름 스페인으로 가는 러시아 전세 항공기 좌석 수가 전년 대비 11%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여행사를 통해 스페인 여행을 사전 예약한 사람들도 20% 감소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의 크림자치공화국을 합병한 러시아가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으면서 달러 및 유로화 대비 루블화의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11% 하락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 3월 한 달 간 변동 추이(자료=XE)
이는 관광산업의 비중이 높은 남부유럽에는 민감한 문제다. 특히 최근 이 지역은 여름철 따뜻한 해변가에서 휴식을 즐기려는 러시아인 관광객들이 대거 유입되는 추세를 나타냈었다.
실제로 러시아인들이 여름 휴가지로 가장 많이 찾는 스페인의 경우 지난 2013년에는 총 160만명의 러시아인들이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31.6% 늘어난 수준이다.
또 관광산업의 비중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6%를 차지하는 그리스의 경우에는 2013년 1~9월 러시아인 방문객이 전년동기 대비 50% 늘어난 120만명으로 집계됐다.
라몬 에스탈레라 스페인호텔 및 관광숙박시설연맹(CEHAT) 회장은 "환율은 여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루블화 가치가 계속해서 하락한다면 스페인 관광산업에도 타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러시아인 관광객들은 명품 소비를 즐기고, 저렴한 웹사이트보다 오프라인 여행사를 이용하는 성향이 있어 유럽 관광업계로부터 환영을 받아왔다.
실제로 바르셀로나 지방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러시아 관광객들이 하루 평균 지출하는 금액은 125유로로 조사됐다. 이는 일 평균 98유로를 쓰는 독일 관광객이나 영국인(93유로), 프랑스인(80유로)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에 스페인 여행사 및 숙박업체들은 루블화 가치 하락에 대비해 러시아 관광객들이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을 20% 할인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스페인을 비롯한 다른 EU국가들의 기업들은 대체로 높은 세금을 내고 있기 때문에 터키나 다른 해외지역들과 비교했을 때 가격 경쟁력을 갖기란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EU측이 러시아 여행객들의 무비자입국에 대한 협상을 취소한 점도 유럽 관광산업에 악재가 됐다.
탈렙 라이파이 유엔 세계관광기구 사무총장은 "러시아 여행객들을 제재하는 것이 유럽 당국에는 오히려 상처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올 여름이 오기 전까지 루블화 가치가 다시 회복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또 루블화가 그때까지도 여전히 약세를 이어간다 하더라도 러시아의 부유층 관광객들은 얼마든지 계속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다.
바르셀로나의 명품거리로 알려진 그라시아 지역의 프라다 부띠끄는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러시아 관광객들이 줄어들지 않았다"며 "러시아인들은 계속해서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그라시아 거리(사진=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