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005930)의 시스템반도체 사업이 중대 기로에 직면했다.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의 신화에 힘입어 모바일 프로세서 부문에서 퀄컴, 애플 등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것도 잠시. 지난해부터 교착상태에 맞닥뜨렸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퀄컴이 삼성전자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독주 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및 대만 기업들과 기존 PC용 프로세서 업계 강자들이 삼성전자 턱밑까지 쫓아왔다. 특히 미디어텍은 지난해 시장 점유율 9.7%로 급성장하며 삼성전자를 4위로 밀어냈다.
4일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향 AP 시장에서 퀄컴은 42.9%에서 53.6%로 후발주자들과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2위인 애플은 2012년 15.9%에서 지난해 15.7%로 소폭 하락했지만 상반기 부진을 하반기 아이폰5S 판매 호조로 상쇄하며 선방했다는 평가다.
◇퀄컴 스냅드래곤 시리즈와 애플 A7.(사진=각사 홈페이지)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장점유율 7.9%를 기록, 전년(11.1%) 대비 3%포인트 수준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6.2%의 점유율로 근래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같은 회사 내 시스템LSI사업부가 개발한 AP 탑재를 줄인 탓이다.
지난 2011년 혜성처럼 등장해 한 해만에 10배 가까운 점유율 상승을 기록한 대만의 미디어텍은 전년 대비 점유율은 소폭 감소했지만 삼성전자를 누르고 시장 점유율 3위로 올라섰다. 점유율은 9.7%를 기록했다. 중국의 스프레드트럼 역시 전년 대비 4배가량 성장한 4.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통합칩 시장에서는 퀄컴의 '원맨쇼'가 이어지고 있다. 퀄컴은 지난해 통합칩 시장 점유율 67.6%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7%포인트 가량 늘렸다. 미디어텍이 15%, 스프레드트럼이 6.6%, 브로드컴이 5.2%의 점유율로 뒤따르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한계 이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급부상한 태블릿PC 부문에서는 애플의 지배력이 약화되고 퀄컴과 삼성전자, 인텔의 상승세가 거세다. 애플은 지난 2011년 57%에 달하던 시장점유율이 이듬해 절반 밑으로 붕괴된 이후 지난해에는 37.3%로 무려 10%포인트가 넘는 점유율 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갤럭시탭 시리즈 등 태블릿PC 판매량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반면 자체 AP 탑재량이 오히려 줄면서 점유율 하락이 초래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올위너, 락칩, 미디어텍 등 중국 기업들은 삼성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바짝 뒤쫓고 있는 형국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내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IM(무선사업부) 부문과 AP를 생산하는 DS 부문은 철저하게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며 "IM 부문이 원가절감 차원에서 퀄컴의 칩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 시스템LSI 사업부의 실적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업계에서는 올해 내내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최첨단 시스템 반도체 공장인 화성 17라인이 일러야 연말에나 가동이 가능할 전망이며, 최대 고객사인 애플향 파운드리 물량 역시 대만 TSMC의 애플 납품 물량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매출 하락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