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중윤기자] 수천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64)이 15시간 가까운 검찰 소환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강 전 회장은 5일 오전 12시15분쯤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기 전 취재진과 만나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고 밝혔다.
정·관계로비 의혹에 대한 질문에는 "해외 출장이 잦아 그럴 시간이 없었다"며 오전 출두시의 입장을 되풀이 했다.
이어 이희범 전 STX 중공업 회장(65)과의 공모 여부에 대해 질문이 쏟아졌으나 아무 답변도 하지 않고 차에 올라 곧바로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빠져나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임관혁)는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강 전 회장을 상대로 STX중공업 자금으로 다른 계열사를 부당지원 했는지 여부와 STX중공업 자금을 다른 목적으로 쓰도록 지시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또 이 전 회장과의 공모 여부 이 전 회장이 이번 사건에 얼마나 개입했는지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 일단 강 전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를 밝혀 내는데 집중했다. 그러나 자금의 용처와 관련해 정·관계 로비 의혹이 끊이질 않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어서 이 전 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은 산업자원부 장관과 무역협회회장 등을 역임한 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3월 STX에너지와 STX중공업 총괄회장으로 근무했으며 현재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STX계열사 회장을 지낸 만큼 조사 대상인건 맞다.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강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관련, 100명이 넘는 공무원 명단이 포함된 선물리스트를 확보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보고된 바 없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2월 강 전 회장과 전 경영진 5명의 배임·횡령 혐의에 대한 STX 측의 수사 의뢰를 받고 STX와 STX조선해양 등 그룹 계열사 7곳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시작했다.
앞서 강 전 회장은 전날 오전 9시30분쯤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기 전 "횡령 배임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여러분께 죄송하다. 성실히 검찰조사 받겠다"라고 답했다.
또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해외 출장이 많기 때문에 전혀 그런 일을 할 시간이 없었다"며 부인했다.
검찰은 강 전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두 차례 더 소환 절차를 진행한 뒤 신병 및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강덕수 전 STX 회장이 4일 오전 검찰에 출석해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New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