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올 1분기 갤럭시 스마트폰과 D램 반도체를 기반으로 비교적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마케팅 비용 절감으로 인한 일회성 비용 하락 역시 지난 분기에 기록한 '어닝쇼크' 여파에서 빠르게 탈피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성장성 한계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과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 디스플레이 업계 전역에 걸친 공급과잉 기조와 가격 경쟁, 가전 업계에 드리운 장기불황 등 숱한 악재 속에서 거둔 성적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8일 올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53조원, 영업이익 8조4000억원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시장 컨센서스가 매출 54조5000억대, 영업익 8조4000억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다소 기대 이하였지만 영업이익은 예상치에 부합했다.
일단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8조원 중반대를 유지해 수익성 악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잠식시켰다. 하지만 분기마다 영업이익 신기록을 경신해온 지난해와 달리 향후 기록 경신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다. 당초 증권가의 예상대로 ‘영업이익 방어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강력한 갤럭시·D램 '원투펀치', 디스플레이는 울상
우선 지난해 4분기에 영업이익이 1.2조원 가량 줄며 우려를 키웠던 스마트폰 판매가 반등하며 1분기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부문이 5조5000억원에서 최대 6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가전(CE), 디스플레이 사업부문 실적이 여전히 부진한 상황에서 IM(IT·모바일)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1분기 IM 부문이 6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경우 전체 영업이익에서 IM부문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70% 수준으로 상승하게 된다.
반면 반도체 사업부는 시스템LSI 사업부와 낸드플래시의 부진을 D램이 만회하며 2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가격 급락에 따라 낸드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지만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늘어 낸드의 부진을 상쇄했고 모바일 D램 역시 상승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시스템LSI 사업과 디스플레이 부문이 여전히 골칫거리다. 지난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크게 하락한 가운데 애플의 탈(脫)삼성 기조가 점점 구체화되면서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디스플레이 사업 역시 정부를 등에 업은 중국, 일본 기업들이 LCD 패널 공세에 나서면서 실적이 악화일로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뉴스토마토)
◇증권가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익 9조원 돌파 예상"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2분기부터는 다시 상승 국면에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2분기에 9조원대의 영업이익을 회복한 이후 하반기에는 10조원대의 이익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연간 실적으로도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영업이익 36조7850억원)의 기록을 다시 한 번 갈아치울 것으로 기대된다.
KB투자증권은 올 2분기에 갤럭시S5 판매에 따른 실적이 반영되고 이에 따른 부품 부문의 수요 확대 효과, 가전 부문의 성수기 진입 등에 힘입어 매출액 58조3000억원, 영업이익 9조3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갤럭시S5의 전 세계 평균판매단가(ASP)가 갤럭시S4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마케팅 비용 최소화 정책이 이어지면서 IM 부문 수익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변한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 특별히 꼽을만한 경쟁 모델이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IM 부문의 영업이익은 6조원을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스마트폰 출하량 확대 및 태블릿 PC의 OLED 채용 확대에 따라 디스플레이 부문의 영업이익 반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점 역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부문에 대한 전망도 밝다.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되는 물량으로 인한 실적 상승뿐만 아니라 생산단가 절감 측면에서도 경쟁업체 대비 기술력이 크게 앞서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고가의 EUV 장비 없이 20나노 D램 개발에 성공하면서 기존 설비로 10나노대 진입 역시 가능해졌다"고 진단했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2분기 이후 갤럭시S5를 중심으로 신제품 출시가 이뤄지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플렉서블 OLED를 탑재한 스마트 워치 출시와 V 낸드 양산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출시를 통해 혁신성도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