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 기자] 키코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8일 검찰의 수사보고서를 공개하고, 이를 근거로 대법원 판결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공대위는 이 수사보고서를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증거로 내고, 확정된 판결의 경우 재심을 청구하면서 관련 증거로 삼을 계획이다.
공대위가 이번에 새롭게 드러났다고 주장하는 사실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이 지나치게 많은 수수료를 거둔 점이다.
공대위가 공개한 수사보고서를 보면, 당시 이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 박성재 검사는 '은행들이 마진률이 좋은 키코를 전략적으로 판매한 흔적이 엿보인다'는 수사의견을 남겼다.
특히 제일은행측 딜러들은 정부 출연기금으로 중소기업의 환헤지를 위해 마련한 환변동보험 보다 더 저렴하다며 기업들에게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9월 키코 계약 수수료가 거래 관행에 비춰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수수료 마진률이 다른 금융상품의 마진률과 견줘 지나치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공대위는 "대법원은 성격이 전혀 다른 펀드 등과 같은 금융상품과 마진을 비교해 결론을 내렸다"며 "마진률도 선물환 수수료보다 40배가량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은행이 기업에 상품가입을 권유하면서 장기계약을 유도한 점이 수사보고서를 통해 밝혀졌다고 공대위는 강조했다. 계약기간이 길면 기업이 부담할 위험이 커진다.
이번에 공개된 수사보고서에서 담당 검사는 '계약기간을 장기로 늘리면 은행 마진이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남겼다.
그러나 대법원은 앞서 "기업이 스스로 환율변동의 추이를 고려해 계약기간을 체결한 것"이라며 기업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대위는 "은행 측이 이 사실을 숨겼고, 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부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공대위는 은행 측이 기업에 상품을 판매하면서 고객보호의무를 져버린 점도 함께 문제 삼았다.
수사보고서를 보면 은행들이 키코 상품을 판매하고자 갖가지 편법을 자행한 점이 드러난다.
검찰도 '은행들이 외국여행과 세미나로 기업을 유인하고, 계약이 체결되 뒤 접대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수사보고서에 남겼다.
공대위는 은행 측은 이 과정에서 키코 상품의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알면서도 감춘 정황이 수사보고서를 통해 밝혀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보고서 녹취 부분을 보면, 한 은행 딜러는 지점 직원과 대화에서 "옵션(키코)상품이 이렇게 위험한 상품인줄 확실히 깨달았다"고 말하는 대목이다.
공대위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보고서를 현재 진행 중인 키코 관련 소송에 증거로 제출할 것"이라며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건 가운데 일부는 법리 검토를 거쳐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키코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 양재하 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이 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2층 중회의실에서 '키코사건 재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키코 판매 은행들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박중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