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검찰이 키코상품을 판매한 4개 은행을 사기혐의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작성한 수사보고서가 8일 공개됐다.
이에 따라 키코 피해기업들이 제기한 소송과 검찰 수사에 새 국면이 전개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 측이 내놓은 검찰 수사 자료는 키코상품 판매과정에서 당시 SC제일은행 내부직원 간의 통화내역이 담긴 수사보고서다.
공대위 측은 이를 근거로 키코상품 판매 은행 중 하나인 SC제일은행이 키코 상품이 위험한 상품인 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판매를 권유했고, 키코 상품에 수수료가 존재함에도 없는 것처럼 속인 행각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은행 측이 키코 판매를 통해 엄청난 마진을 취했음에도 이를 숨긴 점, 키코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장기계약을 유도한 점, 은행이 부적절하고 부도덕한 마케팅을 통해 키코상품을 판매한 점 등을 들어 은행 측에 사기 혐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대위 측은 이번에 공개된 수사보고서가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인 중소기업들에게 유리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대위 측 법률자문을 맡은 법무법인 안세의 이성환 대표변호사는 "이번에 나온 수사보고서가 현재 1심에서 은행 측과 사실관계를 다투고 있는 기업들에게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키코로 인해 큰 손실을 입은 대부분 기업에게는 이번 수사보고서 공개가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대위 측에 따르면 올 3월 기준으로 소송을 제기한 243개 중소기업들의 소송절차는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다.
사실관계와 증거자료 등을 다투는 1심과 2심에 계류 중인 키코관련 소송은 각각 15건과 5건.
나머지 소송들은 대부분 대법원 판단이 끝났거나 도중에 소송을 포기한 경우다.
대법원의 계류 중인 사건은 42건이지만 대법원에서는 법률적 판단만 하기 때문에 수사보고서의 유무가 선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 변호사 역시 "대법원 판단이 끝났거나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결과를 바꾸기가 어렵다"면서 "이번에 나온 수사보고서와 다른 증언을 한 은행 측 관계자들이 위증으로 처벌되면 이를 계기로 법원에 재심신청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대위 측은 검찰 재수사를 위한 기초자료들을 수집하면서 은행들을 사기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공대위 측은 "환율상승이 예상돼 키코상품을 계약하는 기업은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은데도 가입을 권유해 피해를 본 기업들의 사례를 모으는 중"이라면서 "환율상승을 확신하고도 키코판매를 권유한 은행 측 딜러와 제일은행 등을 특경가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고발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가운데)이 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2층 중회의실에서 '키코사건 재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키코 판매 은행들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박중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