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최현진 기자] 2008년 수십개의 중소기업들이 파산하고 3조3500억 여원의 손실을 일으킨 '키코사태'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 보고서가 공개됐다.
이번에 공개된 수사결과 보고서는 당시 피해 중소기업들이 키코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을 사기혐의로 고소·고발한 사건에 관한 것으로, 은행들의 사기혐의를 뒷받침 하는 정황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어 향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키코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와 박영선, 서영교, 전해철, 정세균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1명은 8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여의도에 있는 중소기업중앙회 2층 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0년 3월에 실시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의 수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제일은행, KIKO 관련 딜링룸 녹음물 청취 결과 및 분석 보고>라는 제목의 이 수사보고서에서 따르면, 제일은행 측의 한 딜러는 2007년 1월8일 키코상품 거래 기업이 수출보험공사가 취급하는 환변동보험에 대해 문의한다는 지점 심사역의 말을 듣고 "수출보험공사는 보험료를 은행보다 비싼 보험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또 "보험료에 환율이라는 것이 녹아들어가 있는 것인데 보장환율이 제일은행이 취급하는 것 보다 더 불리하게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보고서에서 "환변동보험은 정부에서 출연한 기금으로 중소기업의 환헤지를 위해 마련한 상품으로, 은행에서 취급하는 마진에 비해 저렴한데도 불구하고, 딜러는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대답을 했다"고 분석했다.
검찰은 또 모 딜러가 2008년 1월 심사역에게 선물환과 옵션을 비교하면서 "S사의 경우 6개월 계약기간으로 해도 이익이 남는다 100만불(put), 200만불(call) 계약금으로 6개월 짜리 하면 그래도 4만5000불이 남는다. 불당 4원 마진이다. 또한 선물환은 남는 것이 전혀 없다"고 한 통화내역에 대해 "은행이 선물환으로 인한 마진보다 KIKO가 훨씬 더 많이 이익이 남는다고 판단하고 전략적으로 KIKO를 판매한 흔적이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수사보고서에는 은행 딜러들이 기업 관계자들을 외국여행이나 세미나 등으로 유인해 KIKO 계약을 맺은 뒤 접대공세를 벌인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모 딜러가 2008년 1월 10일 D기업과 KIKO계약 완료 후 심사역에게 D사 관계자 및 지점 직원 등을 함께 접대할 만한 좋은 장소를 알아보라고 하면서 '자칫 잘못하면 은행이 마진을 무지 많이 남기는 것으로 알아버릴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딜(DEAL)을 찍고서 한 달 후에 술 먹자고 하는 애들도 있고 인터벌을 길게 가져가는 사람도 있다. 지원은 얼마든지 해주겠다'고 통화한 것이 확인 됐다"며 "본점 딜러들이 KIKO계약 완료에 답례로 지점 심사역 및 기업계약 실무자에 대한 접대가 통상적으로 이뤄지고 비용은 본점이 지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했다.
또 수사결과 보고서에 첨부된 녹취록에는 접대와 관련해 "1차는 소주로 간단히 하고, 2차는 룸으로 간다", "자칫 잘못하면 은행이 마진을 무지 많이 남기는 것으로 알아버릴 수 있다. 순박한 사람들(중소기업)한테 그런 모습을 비치면 오히려 디마켓팅이 될 수 있다", "지원(술값)은 얼마든지 해준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공대위가 이번에 공개한 수사결과보고서는 피해기업들의 은행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이 진행되던 중 검찰의 수사기록을 공개하라고 청구한 것을 최근 대법원이 받아들인 것에 따른 것이다.
피해기업들은 2010년 3월 KIKO 상품 판매 11개 은행을 특경가법상 사기 혐의로 고발했으나 검찰은 압수수색까지 시도했다가 담당 검사가 전보조치된 뒤 돌연 전원 무혐의 처분했다.
공대위와 의원들은 이날 수사보고서 공개와 함께 코키사건 수사기록의 일체공개와 키코새타의 진실규명을 위한 재수사를 촉구했다. 또 키코사태 관리감독 책임을 방기한 금융감독 당국에 대한 감사원 감사도 아울러 요구했다.
◇키코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가 8일 공개한 '제일은행, KIKO 관련 딜링룸 녹음물 청취 결과 및 분석 보고서'(제공=키코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