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경고등 한국, 행복지수 밑바닥..건강 관심 '뚝'

입력 : 2014-04-09 오후 4:58:51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한국인의 건강관리에 빨간색 경고등이 켜졌다. 갈수록 덜 움직이면서 술과 담배는 많이 하기 때문. 정부는 국민이 건강행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전문가들은 각박하고 삶의 질이 낮은 대한민국 사회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드니 건강에 대한 관심까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에 정부가 사회적 건강도를 높이는데도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9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253개 시·군·구의 만 19세 이상 성인 22만명에 실시한 건강조사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남성의 흡연율은 전년과 거의 비슷하고 음주율도 늘었지만, 걷기 등 신체활동은 매년 감소하고 비만율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8년 이후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비율도 계속 늘고있어 보건당국의 관리가 절실했다. 이와 관련 성창현 질병관리본부 만성질환과장은 "지역민의 건강행태가 미흡하다"며 "금연과 절주, 운동 등을 통한 건강관리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주요 건강지표 추이(자료=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그러나 복지 전문가들은 정부가 개인의 건강문제를 개인의 노력 탓으로 돌리면서 전반적인 사회복지 문제를 외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람들이 담배와 술이 몸에 나쁘다는 걸 몰라서 이를 찾는 게 아니라 담배와 술을 유발하는 삶의 질이 문제라는 것.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관계자는 "고령화 사회에서는 오래살며 삶의 질을 높이려는 욕구가 커지는데 생활여건이 열악하면 정신적 무력감을 겪고 건강을 소홀히할 수 있다"며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려는 정부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외 통계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삶의 질은 매우 열악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세계 36개국에 대해 주거와 소득, 환경, 삶의 만족도 등을 평가한 행복지수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27위를 기록해 일본보다 낮고 터키나 멕시코와 비슷했다.
 
우리나라는 일과 생활의 균형, 건강, 환경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삶의 만족도' 지표의 경우 우리나라는 6.0점(10점 만점)으로 OECD 평균인 6.6점을 밑돌았다.
 
국가미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3년 4분기 민생지수'를 봐도 참여정부와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로 넘어올수록 우리나라 국민의 생활여건은 악화됐다. 소득은 올랐고 고용구조는 개선됐지만 각종 비용지출이 많고 집값이 비싸 주거불안정이 심하다는 것.
 
이러다 보니 질병관리본부 조사에서 우울증을 겪었다고 답한 비율도 2010년 이후 오름세고,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했던 사람은 줄었지만 자살상담 비율은 오히려 증가했다. 현대인의 스트레스 정도가 매년 늘어난 만큼 건강관리도 그만큼 취약해진 셈이다.
 
남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오늘날 대부분 국가들은 복지국가를 지향하며 삶의 질 향상을 궁극적인 정책목표로 삼지만 우리나라의 복지종합지수는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라며 "출산율과 삶의 주관적 만족도를 높이고 자살률을 낮추는 방안을 마련하고 음주와 흡연을 줄이는 노력도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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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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