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전 세계 철강 공급 과잉을 초래했던 중국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기존 쇳물 생산량을 제한하는 방식에서 환경 규제로 구조조정 기준이 강화되면서 본격적인 감산이 이뤄질 것이란 희망적 전망도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중국 국무원은 오는 2018년까지 8000만톤 이상의 철강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 조강생산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허베이성을 비롯해 산동, 산시성 등의 철강 업체를 통폐합하고, 생산설비 철거를 통해 감산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철강 공급 과잉 현상이 즉각적으로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 제기됐다. 중국 내 철강소비 증가세가 점차 감소하고 있고, 5년 동안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기 때문에 철강기업들의 체감도가 낮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이와 관련해 최근 세계철강협회는 올해 중국의 철강 소비량을 전년 대비 3% 증가한 7억2100만톤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증가율 6.1%의 절반 수준이다. 2015년에는 2.7%로 더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이 가운데 중국의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관광객이 급감하고,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의 탈출 러시가 이어지는 등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중국 내에서 환경규제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부상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지난달 환경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중국에서 철강 설비는 대기오염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내 몇몇 지역에 철강기업들이 몰려있는 데다, 대부분의 철강기업들이 환경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아 제철소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오염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의 철강 구조조정 기준도 생산량 감소에서 ‘환경규제’로 옮겨가는 추세다. 각 지방정부별 생산설비 철거 목표량을 중앙정부에 제출하고, 생산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철강기업들에 대한 전기료 및 수도세 인상, 은행의 대출 규제 등 구조조정 정책도 강화됐다.
중국 정부는 올 한 해 동안 2700만톤의 철강 생산설비를 철거할 예정이다. 이중 허베이성은 올해 1500만톤, 2018년까지 7000만톤 규모의 생산설비 철거 계획을 밝혔으며, 산동지역은 3년 이내에 현재 생산설비의 25%에 해당하는 2100만톤을 도태시킬 계획이다.
중국 정부의 철강업 구조조정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면서 철강기업들의 고로 가동률이 낮아지는 등 가시적 효과 또한 나타나고 있다.
중국 철강 컨설팅 업체인 Mysteel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기준 중국 전체의 중대형사 고로 가동률은 76.2%로, 지난해 12월 초 대비 14%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소형사의 고로 가동률은 8%포인트, 대형사는 2%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철강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허베이성은 하락 폭이 컸다. 허베이성 중대형사의 고로 가동률은 80.0%로 17%포인트, 소형사와 대형사의 고로 가동률은 각각 8%포인트, 6%포인트 하락했다.
업계에 따르면 계절적 비수기인 12월에서 2월까지는 고로 가동률이 낮아지지만, 성수기에 근접하는 3~4월에는 고로 가동률이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근거로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철강업 구조조정이 점차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국 철강기업들이 늘면서 구조조정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이 10일 내놓은 리포트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중국 중·대형 철강기업의 세전이익률은 -0.4%로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에 적자로 전환됐다. 그리고 1월 조사대상 중·대형 철강기업 중 손실을 기록한 기업 수는 39개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중국 내 가장 큰 민영 철강기업인 Hixin Iron&Steel이 대출금 30억위안을 상환하지 못해 파산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를 근거로 리포트는 현재 중국 철강업체들은 증설을 위한 은행 대출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중·소형 철강기업의 경우에는 운영자금 조달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변종만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기오염이 심각해지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화됐고, 수익성 악화와 자금난으로 인해 자발적인 구조조정이 함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 철강산업의 공급과잉 구조는 점차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