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한 금융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고민중 씨(44세·가명)는 걱정이 많다. 최근 들어 구조조정 한파가 거세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한파를 모면하더라도 남는 문제가 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은퇴를 준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둘째 아이가 커가면서 '내 방을 갖고 싶다'며 떼를 써도 벙어리 아빠일 수밖에 없다. 아파트 전세 대출금도 갚지 못했다.
고 씨와 같은 40대 중반~50대 초반 연령대 직장인들은 '베이비부머(1955년~1963년생)의 은퇴준비가 안 돼 있다'거나 '65세 이상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를 들으면 "우리 문제도 심각하다"며 하소연한다.
평균 퇴직 연령이 만 53세라지만, 이들 세대를 대상으로 조기 퇴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구조 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다는 소식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에 사회에 나와 주택 가격이 고점일 때 구입했고, 한창 돈을 불려야 했던 시기엔 글로벌 금융 위기의 직격탄도 맞았다. 이들이 낳은 자녀가 크면서 경제적 부담 또한 커지는 상황.
전문가들은 이들 세대에게 은퇴 준비를 지금부터라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요약하면 "빚과 소비를 줄이고 '반강제' 퇴직 전에 경력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것이다.
우재룡 한국은퇴연구소장은 "오는 2016년부터 정년 60세가 의무화된다지만,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며 "자녀에 대한 소비를 줄이고 아파트 관련 가계부채를 관리하되, 투자에도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 세대는 부동산 가격이 고점일 때 막차를 탔으나 열매를 거두지 못했고, 가계부채에도 시달리고 있어 빚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들은 베이비부머보다 생활수준이 높고 근검·절약과는 거리가 있으므로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퇴직연금이 많이 쌓이지 않은 경우 세액공제 혜택이 있는 개인연금에 투자해 연금 자산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유 자금은 예금에 저축하기보다는 펀드나 주식 등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일자리와 관련해선 "퇴직 이후 하고 싶은 일은 비전이 있고 개성이 강한 것으로 정하되, 10년 이상은 준비해야 50대 이후가 든든할 것"이라며 빠른 준비를 당부했다.
'중위험·중수익'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정호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저금리 시대이고 부동산 불패 신화는 끝났으므로 중위험·중수익 투자 상품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할 것"이라며 "중수익도 꾸준히 획득하면 복리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형종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력 관리'를 특히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노후 자금은 계속해서 필요하므로 돈보단 경력 관리가 중요하다"며 "퇴직 후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몸담은 회사에서 쌓은 경력 중 가장 잘할 수 있었던 업종 전망을 살피고, 전망이 좋지 않다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 분야를 새롭게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특히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으면 다른 회사를 가도 같은 분야에서 일할 수 있으므로 퇴직 전에 자격증, 학위 등을 점검해보고 이력서를 써보면 경력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다"며 "인맥 구축 또한 재취업에 상당한 도움이 되므로 대학원 또는 학원, 온·오프라인 모임을 적극 활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에 구직자들이 모여 있다.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