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지난달부터 기업회생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한 팬택이 해외 매각설에 휘말리면서, 인수 주체를 놓고 격론이 예상된다. 토종기업의 회생 여부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환기됐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인도 2위의 휴대폰 제조업체 '마이크로맥스'가 팬택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팬택 지분 인수에 관심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 입장에서는 최상의 시나리오인 '자력 갱생'보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해외 매각이 먼저 대두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팬택 관계자는 “마이크로맥스가 관심을 보인 것은 맞지만 투자를 고려 중인 수많은 기업 중 하나일 뿐, 아무것도 진행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해외 매각 이슈가 주주협의회를 중심으로 제기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가능성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다는 반응이다.
◇해외 매각시 마이크로맥스-팬택 시너지 효과는?
일각에서는 해외 매각에 따른 장점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는 실정. 특히 마이크로맥스가 팬택을 인수할 경우 지난 수년간 해외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었던 팬택 입장에서는 신흥국의 선두주자인 인도를 새로운 성장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마이크로맥스는 지난 2010년 휴대폰 제조시장에 첫 발을 내딛어 불과 3년여 만에 인도 시장 점유율 22%를 기록, 삼성전자의 뒤를 바짝 쫓는 인도 시장 2위 업체로 성장했다. 특히 이 같은 성과가 100달러 미만의 저가 스마트폰을 팔아 기록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또 인도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네팔·방글라데시·스리랑카 등 아시아권과 중동, 러시아 시장에 진출하며 무서운 속도로 세력을 넓히고 있다. 저가시장에 무게중심을 둔 마이크로맥스의 지배력과 고사양 스마트폰 생산 능력을 갖춘 팬택의 파트너십이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채권단이 해외 매각을 쉽사리 결정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만만치 않다. 지문인식, 메탈링 디자인 등 고유의 기술력과 연구개발(R&D) 조직을 보유한 팬택의 기술 유출 부담을 떠안은 채 쉽사리 해외 매각을 결정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팬택이 지난 토종기업의 이미지가 채권단에게는 큰 부담이다.
◇팬택이 13일 인도 2위 휴대폰 제조업체 '마이크로맥스'로의 해외 매각설에 휘말렸다. 사진은 서울 상암동 팬택 사옥.(사진=팬텍)
◇팬택 의지는 ‘자력부활’..아이언2에 달렸다
팬택은 지난해 말 베가 시크릿 시리즈의 예상외 선전에 힘입어 손익분기점에 도달한 데 이어 올 1월과 2월 소폭의 흑자를 내며 반전의 계기를 모색할 틈을 만들었다. 또 이달 초에는 6개월 동안 순환 무급휴직에 들어갔던 직원 200명을 회사로 복귀시키면서 경영 정상화의 신호를 알렸다.
특히 다음달 새 전략 스마트폰 ‘베가 아이언2’의 출시를 앞두고 있어 실적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팬택은 지난해 애플조차 실패한 메탈링 구현에 성공, 야심차게 아이언을 내놨으나 출시시기 및 가격정책 등 전략적 실패로 시장에서 뼈아픈 실패를 맛본 바 있다. 이는 곧 팬택의 장기침체를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현재 해외 매각설이 흘러나온 주된 이유는 워크아웃 중인 팬택의 실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재무 건전성을 제대로 시장에 알릴 수 없다는 점이다. 재무 건전성이 투명하지 않은 회사에 투자자가 선뜻 나설 리 없고, 자연스럽게 매각 쪽으로 기울수 있다.
하지만 1분기 소폭 흑자와 직원 복귀 등 경영 정상화에 시동을 건 만큼 이르면 이달 말에 나올 실사결과도 긍정적이지 않겠느냐는 게 업계의 조심스런 긍정론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이번 팬택의 실사는 재무건전성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만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팬택을 궁지에 몰아넣은 아이언이 올해 팬택을 구할 구세주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뚝이 팬택의 명운은 결국 시장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