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현대의 조민국 감독(왼쪽)과 주장 김치곤. (사진제공=울산현대)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울산현대의 변화가 아직도 어색하다. "세밀함을 더하겠다"던 신임 조민국 감독의 전술이 제자리를 못 잡고 있다.
울산의 3월은 좋았다. 리그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이하 ACL)를 포함해 6승1무1패를 거뒀다. 순항하는 듯했다.
하지만 4월에는 1무4패로 부침을 겪고 있다. ACL에서는 일본으로 건너가 가와사키를 반드시 꺾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야 16강에 올라갈 수 있다. 위기에 몰렸다.
◇조민국 감독의 변화는 진행 중
울산은 2011년 리그 준우승과 리그컵 우승을 차지했다. 2012년에는 ACL 정상에 올랐다. 지난 시즌에는 아쉽게 포항에 밀려 리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 같은 성적의 원동력은 긴 패스와 헤딩 경합에서 떨어진 공을 따내 득점하는 선 굵은 축구가 있었다. 지난 2009년 부임해 팀을 이끌던 전임 김호곤 감독은 울산에 '철퇴축구'를 다졌다.
그러나 올 시즌 부임한 조민국 감독은 다르다. 조 감독은 취임 직후 긴 패스 위주의 경기 운영을 버리고 짧고 빠른 패스를 활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울산이 고수해온 철퇴축구'와 반대되는 개념을 얘기했다.
조 감독은 백지훈을 데려와 기용했다. 신예 김선민을 중용했다. 둘은 정확하고 세밀한 패스를 중점으로 하는 선수다. 공수 연결고리를 하던 마스다는 과감하게 J리그 오미야로 임대 보냈다. 조민국 감독이 준 작지만 큰 변화다.
조민국 감독은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플레이는 슈팅"이라며 "평범한 슈팅이 아닌 템포조절을 통한 다양한 슈팅을 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생각도 기존의 울산 축구와는 다소 다른 방향이다.
축구 통계를 내는 비주얼스포츠의 분석을 살펴보면 울산은 지난 7라운드 성남FC와 경기에서 535개의 패스를 했다. 다른 팀들과 비교해 이 부문에서 라운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경기는 0-1로 졌다. 약체로 분류되는 성남에게 져 타격이 더 컸다.
조민국 감독이 선언한 패스 위주의 경기 운영이 덧칠해지고는 있다. 하지만 결과까지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효율성은 아직도 의문
울산의 변화를 놓고 효율성에선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 조민국 감독이 하려는 짧은 패스 위주의 축구는 많은 체력을 요구한다.
K리그 기록을 근거로 지난 시즌 울산의 시간대별 득점을 살펴보면 더 명확해진다.
지난 시즌 울산은 후반으로 넘어갈수록 골을 많이 터뜨렸다. 시간대별로 ▲시작~15분까지 6골 ▲15~30분 9골 ▲30~45분 7골 ▲45~60분 13골 ▲60~75분 15골 ▲75~90분 13골을 넣었다.
절반 이상의 득점이 60분(후반 15분) 이후에 터졌다. 상대 체력이 떨어졌을 때 선 굵은 플레이로 집중력을 발휘해 상대 수비 진영을 흔들었다.
김신욱과 하피냐의 조합이 빛을 발했다. 196cm 장신인 김신욱과 175cm의 하피냐는 공중볼과 떨어지는 볼에 대한 집중력으로 팀의 63골 중 30골을 합작했다.
자신들만의 축구로 지난 시즌 울산은 우승팀 포항과 함께 득점 1위를 차지했다. 그러면서도 실점은 37골로 최소를 기록했다. 경기당 1.66골에 0.97골 실점이라는 안정적인 전력을 보였다. 최전방 공격수 김신욱부터 골문을 지키는 김승규까지 모두 주목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 울산은 리그 8경기에서 4승1무3패로 5위에 머물러있다. 성남에 이어 12개 구단 중 실점 2위(4실점)의 수비력을 보이고 있으나 득점은 9골로 아직 두 자릿수를 넘지 못했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울산은 지난 시즌과는 분명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철퇴축구와 조민국 감독이 추구하는 '철퇴타카' 사이의 변화 과정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