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기자] 정부가 오는 9월 세계무역기구(WTO)에 쌀 시장 개방 여부를 통보하기 전에 관세율 등 핵심 사안을 국회에 보고하고 동의절차를 밟기로 했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WTO 쌀 관세 유예와 관련한 수정 양허표(Schedule of Concessions)를 WTO에 제출하기 전 먼저 국회에 관련 사항을 보고하고 동의를 얻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정 양허표는 우리나라가 수입 쌀에 관세를 매기며 국내 쌀 시장을 열지 않는 대신 의무적으로 수입할 쌀에 대한 관세율과 기간, 수입량 등을 정리한 것으로, 우리나라가 9월까지 WTO에 이를 제출하면 WTO는 회원국 동의를 통해 양허 인증서를 보내게 된다.
문제는 WTO의 양허 인증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보다 먼저 쌀 시장을 개방한 일본과 대만은 WTO 인증을 받는 데 2년~5년이 걸렸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통상업무를 하면서 국회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쌀 관세 유예 일정상 국회 동의를 얻기 어렵다"며 "시장개방 문제를 결정한 후 WTO에 통보하기 전 국회에서 동의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말했다.
쌀 시장 개방 일정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는 국회 동의를 미리 구하겠다는 것.
정부 관계자는 "쌀 시장 개방이 국익에 더 유리하다는 공감대가 국회 내에서 상당 부분 조성됐다"며 "다만 쌀 개방 동의를 얻기까지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3년 우루과이 라운드에 가입하면서 WTO 가입국과는 관세를 철폐했지만 쌀에 대해서는 2014년까지 관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매년 쌀 의무 수입량을 2만톤씩 늘리기로 했으며 올해 수입량만 40만9000톤이나 된다.
정부는 올해 12월31일자로 쌀 관세 유예가 만료됨에 따라 9월까지는 국익과 국내 피해를 따져 쌀 시장 개방 여부를 정하고 WTO에 우리 입장을 통보하기로 했지만, 쌀이 우리 국민의 주식이고 300만 농민들의 수익이 걸려 있어 섣불리 결정을 못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말 예정된 WTO 쌀 관세 유예종료에 대응하기 위해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관계 부처 등과 협의 중"이라며 "6월 중 정부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센터)에서 쌀 관세유예 종료에 대응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