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만 챙긴 금감원, 상처만 남은 은행

입력 : 2014-04-18 오후 3:28:12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전날 김종준 하나은행장에 대한 금융감독당국의 중징계를 놓고 뒷말이 많다. 징계 사전통보에서 확정까지 과정을 들여다보면 감독당국은 실리는 놓치고 체면만 챙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과 한 달 전에 행장을 뽑은 금융회사는 대표를 잘못 뽑았다는 평가는 물론 당장 새 대표를 물색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김 행장의 남은 임기는 앞으로 1년으로 향후 거취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실리 놓치고 체면 챙긴 감독당국
 
금융감독원은 17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사전 통보대로 김종준 하나은행장에 대해 문책경고 제재안을 확정했다.
 
이번 제재는 지난 2011년 김 행장이 하나캐피탈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미래저축은행에 145억원을 투자했다가 60억원의 손실을 입은 데 따른 것이다.
 
금감원의 제재내용을 보면 김 행장이 미래저축은행에 대한 자금지원과정에서 투자심사를 소홀히 해 손실을 초래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사회 회의록을 허위로 작성하고 관련 서류를 조작했다고 봤다.
 
다만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의 경우 미래저축은행에 대한 비정상적인 신용공여 성격의 투자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만 할 뿐, 직접적으로 투자를 지시했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해 경징계를 받았다.
 
금융권에서는 감독당국이 실리를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지난 정권의 실세였던 금융지주 회장들을 겨냥해 조사를 펼쳤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부당대출로 문제가 된 은행 도쿄지점에서도 전 회장들과의 비자금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압박을 느낀 금감원이 김 행장에 대한 중징계를 내리면서 어느정도 체면을 세운 것에 만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금감원 제재의 시기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국은 지난 2월 하나금융 내부에서 김 행장의 연임이 논의될 때에는 징계수위와 관련한 특별한 내용을 비치지 않다가 주주총회를 통해 연임히 결정된 후에 중징계를 통보하고 최종 징계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 잇단 사고로 은행권에 집중된 여론을 당국이 십분 활용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행장의 징계가 확정되기 얼마 전부터 징계수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했지만 금감원은 해명자료조차 내지 않았다.
 
금감원에서는 그간 임직원 제재건에 대해 신중하게 취급해 왔었다. 검사가 진행중이거나 제재가 확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추측이 난무할 경우 공식적으로 해명하던 전과는 확연히 달랐다는 얘기다.
 
은행 등 피검기관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팽배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징계수위를 미리 흘리고 여론 동향을 지켜보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며 "피검기관측에서는 검사 중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행장 바꾼지 한달만에..하나금융은 '비상'
 
김 행장의 중징계 결론에 하나금융 내부에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김정태 현 회장의 '친정체제'가 진용을 갖췄다고 평가하지만 내부에서는 혼란 상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으로 선임된 행장이 자리에 물러나면 다시 선임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상반기엔 제대로 된 영업을 할 수 없다는 위기감도 읽힌다.
 
김 행장이 사표를 제출할 경우 하나금융은 경영발전보상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행장 인선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경발위는 의장인 김정태 회장과 사외이사로 구성된다.
 
물론 아직까지 김 행장의 향후 거취는 정해지지 않았다. 김 행장 본인이 밝히지 않고 있지만, 사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과거 중징계를 받은 인사가 임기를 끝까지 마친 사례는 없다.
 
이 경우 김 행장의 입장에서도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연임했다가 다시 물러나야하는 금융인으로서 불명예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행정 소송을 통해 당국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이 역시 행장직과 병행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과거 중징계를 받은 은행장들도 임기를 마저 마치려는 의지가 있었지만 물러나야 했다"며 "은행장도 결국 월급쟁이와 같다. 자리에서 떠날지 남을지는 본인이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씁쓸해 했다.
 
◇17일 오후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날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하나캐피탈 사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1년 미래저축은행에 유상증자로 145억원을 투자해 60억원대의 손실을 입은 과정에서 책임이 있다며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내렸다.ⓒ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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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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