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외국산 캐릭터에 밀리던 국내 완구 업계가 자체 캐릭터를 개발하고, 라이선스를 통해 사업을 확장 중이다. 캐릭터 개발에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만, 외형 성장과 자생력을 갖출 수 있어 라이선스 사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월 발간한 콘텐츠산업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캐릭터 산업의 매출액은 총 7조5176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특히 캐릭터 개발과 라이선스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캐릭터 상품 제조와 유통이 전년 대비 각각 2.6%, 4.8% 늘어난 것과 비교해 캐릭터 개발과 라이선스는 9.9% 증가했다.
이에 따라 캐릭터 개발과 라이선스에 나서는 업체도 늘고 있다. 캐릭터 상품 소매·도매업체 수는 전년 대비 각각 2.6%, 4.9%, 캐릭터 상품 제조업체 수는 4.2%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캐릭터 개발과 라이선스 사업체 수는 전년대비 66.8% 급등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캐릭터를 만들 때부터 애니메이션과 사후 제품 판매까지 계획하는 등 전문화되고 있어 앞으로 라이선스 사업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뽀로로'와 '타요버스'로 잘 알려진 아이코닉스는 캐릭터 발굴을 통한 라이선싱을 주력 사업으로 펼치고 있다. 캐릭터가 담긴 완구도 제작하지만, 매출 대부분은 라이선싱 부문에서 발생한다.
이중 '뽀로로'와 연결된 국가는 100여개가 넘고, 연간 로열티는 1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라이선싱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국내 중소 완구업체들도 자체 캐릭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오로라(039830)월드는 일찍이 캐릭터 발굴에 뛰어들었다. 약 10년간 봉제인형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작해오다 1990년대 초반부터 자체 캐릭터를 개발해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업체는 '유후와 친구들'의 성공으로 매출이 1000억원대를 돌파했으며, 브레댄코 등 국내 업체뿐만 아니라 맥도널드 등 해외 업체를 통해 라이선싱 매출을 올리고 있다.
◇(왼쪽부터) 유후와친구들 캐릭터, 유후와친구들 케이크. (사진=오로라, 브레댄코)
영실업은 지난 1980년 설립 이후 완구 유통업을 운영하다 1991년 '쥬쥬'를 시작으로 '콩순이', 2009년에는 '또봇' 등의 자체 캐릭터를 개발했다.
업체 관계자는 "'또봇' 등의 자체 캐릭터를 개발한 후 매출이 껑충 뛰었다"며 "캐릭터를 빌리는 비용이 들지 않고, 라이선싱으로도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라고 말했다.
영실업의 지난 2010년 매출액은 200억원 규모였지만, 지난해는 761억원을 기록하는 등 3년 만에 3배나 증가했다.
현재 영실업은 '또봇'과 '시크릿쥬쥬'로 의류, 문구, 물놀이 용품, 영양제 등의 라이선싱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12년 전체 매출에서 2%를 차지하던 라이선스 비중은 2013년 5%로 상승했다.
손오공(066910)도 '탑플레이트', '헬로카봇' 등의 자체 캐릭터 개발을 통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는 라이선스 사업이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커 선진국의 고급 장난감과 중저가의 중국산 사이에 끼어 있는 완구 시장에 활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현재 라이선스 사업의 범위를 벗어나 앞으로 고객층을 더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아용 캐릭터 라이선스 사업에만 국한돼 있는 상황"이라며 "연령대를 폭넓게 아우를 수 있어야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