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해양경찰이 공개한 교신 녹취록에 따르면 진도 연안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세월호의 이상 징후를 먼저 포착, 연락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VTS와 교신이 닿았을 때 세월호는 이미 기울대로 기울었으며, VTS가 선장에게 승선객들을 탈출시킬지 결정하라고 했지만 선장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경찰은 20일 오후 3시 전남 진도군청에서 VTS와 제3의 배, 그리고 제3의 배와 세월호 간의 교신 녹취록 일부를 공개했다.
◇세월호와 진도VTS, 그리고 제3의 선박의 교신내역(사진=뉴스토마토)
이 녹취록에 따르면 VTS는 16일 오전 9시6분 세월호가 아닌 다른배(A배)에 "세월호 육안으로 확인되냐"고 묻자 이 배는 "우현쪽에서 확인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VTS는 바로 세월호에 교신을 넣어 "세월호, 지금 침몰중인가"라고 물었고 세월호는 "그렇다. 해경 빨리 좀 부탁한다"고 했다.
해경에 구조요청을 해달라고 한지 불과 4분 후, 세월호 선장은 "기울어서 금방 넘어갈 것 같다"며 "너무 기울어져 있어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다급한 상황을 전했다.
9시12분 경 선원들이 라이프 래프트와 구조보트를 타고 있냐는 VTS의 질문에 세월호는 "아직 못타고 있다"며 "지금 배가 기울어서 움직일 수 없다"며 "빨리 와 달라"고 요청했다.
9시14분, A배는 세월호를 확인하고 "완전히 기울어져 있다"고 VTS에 설명했다. 이 배는 "좌현으로 완전히 기울어져 접근이 위험하다"며 "최대한 안전거리 확보해서 접근해보겠다"고 했다.
같은 시각 세월호 선장은 "배가 많이 기울어서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VTS에 통보했다. 그러자 VTS는 A배에게 다시 한 번 구조를 요청했다.
9시17분, 세월호 선장은 "50도 이상 좌현으로 기울어져 사람이 좌우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다. 선원도 라이프자켓 입고 대기하라고 했는데... 사실 입었는지 확인도 불가능하다. 선원들도 브리지에 모여서 움직일 수 없는 상태다. 빨리 와달라"고 다시 한번 구조를 요청했다.
이에 VTS가 물이 얼마나 차있냐고 물었지만 세월호는 그조차도 확인하지 못했다. 데크에 컨테이너 몇 개가 빠져 나갔으며, 벽을 잡고 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만 전했다.
9시23분, 세월호는 방송도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VTS는 세월호에 "방송이 안되더라도 나가서 최대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뿐 아니라 옷을 두텁게 입을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세월호 선장은 "승객들을 탈출시키면 바로 구조가 되냐"고 반문했다. 이에 VTS는 "라이프링이라도 착용시키고 띄우십시오. 빨리."라고 재촉했다.
이어 "선장이 직접 판단해서 인명 탈출을 시켜라. 우리가 그쪽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선장이 최종 판단을 해서 승객 탈출시킬지 빨리 결정하라"고 종용했다.
이에 대해 선장은 "그게 아니고 지금 탈출하면 바로 구조할 수 있냐고 물었다"라고 반문했고 VTS는 "경비정이 10분 이내 도착할 거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선장은 "10분 후에 도착한다고?"라고 하자 VTS는 " 10분 정도 소요된다. 10분."이라고 답했다.
9시27분, VTS는 세월호에 "1분 후 헬기가 도착한다"고 알렸으나 선장은 "잘 안들린다. 천천히 또박또박 말해달라."라고 말했다. 그는 "승객이 너무 많아서 헬기로는 안될 것 같다"고 말하자 VTS는 "헬기가 도착하고 인근에 있는 선박들도 접근중이니 참고 바란다."고 안심시켰다.
9시29분, 세월호 선장은 "알겠다. 육안으로 선박추적시스템(AIS)을 볼 수 없는데 선수에 있는 빨간 탱커 선명이 뭐냐? 선수쪽 말고 좌현에 대기해 달라고 하라".
이 대화를 마지막으로 세월호와의 모든 교신이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