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미국 시장에서 뮤추얼펀드가 실리콘밸리 초기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벤처기업 투자에 활발히 나서는 것이지만 최근의 기술주 매도세가 스타트업 기업까지 퍼질 수 있다는 우려에 뮤추얼 펀드를 통해 은퇴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벤처투자 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블랙록과 T로웨, 피델리티, 야누캐피털그룹 등 4개 뮤추얼펀드 운용사는 실리콘밸리에서 16개의 펀딩에 참여했다. 2012년 9건, 2011년 6건에 비해서 크게 늘어난 숫자다.
이들 4개 운용사는 올해에만 벌써 13개의 펀딩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T로웨가 에어bnb에 4억5000만달러를 투자했고, 지난주 초에는 T로웨와 블랙록, 웰링턴매니지먼트 등이 개인대출업체 렌딩클럽의 주식과 채권에 1억1500만달러를 투자했다.
T로웨는 지난 2009년 이후 30개 실리콘밸리 기업에 투자했으며, 피델리티도 지난 2010년 이후 14개 초기 기술기업의 펀딩에 참여했다. 실리콘밸리와는 거리를 둬왔던 블랙록도 지난 2년간 10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뮤추얼펀드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수익률 때문이다. 초기 벤처기업은 상장이나 인수합병을 통해 한번에 큰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 이에따라 기존 기업의 성장성 정체에 지친 펀드매니저들이 신생기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
실제로 T로웨에서 162억달러 규모의 뉴호라이즌펀드를 운영하는 펀드매니저 핸리 엘런보젠은 트위터와 그럽허브 등이 상장하기 전부터 투자를 해 큰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엘런보젠의 펀드 수익률은 지난해 49.1%로 S&P500 수익률 32.4%를 크게 앞섰다.
하지만 문제는 뮤추얼펀드가 미국인들의 주요 은퇴자산이라는 점이다. 미국내 뮤추얼펀드의 운용 규모는 15조달러에 이른다. 보통 뮤추얼펀드는 큰 수익을 노린 위험투자 대신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안정적인 회사에 투자해왔다.
특히 최근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투자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이에대해 크리스 바텔 피델리티 부사장은 "스타트업 투자는 수익률 재고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면밀히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타트업 투자가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며 매각이나 상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만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뮤추얼펀드의 스타트업 투자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 점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뮤추얼펀드의 비유동적 자산 투자 비중을 15%로 제한하고 있을 뿐이다. 신생기업 투자결정을 즉각 공개할 의무조항이 없는 점도 제도적 허점으로 꼽힌다.
WSJ는 "일부에서는 신생기업에 대한 투자확대가 1990년대 닷컴버블의 메아리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당시 많은 펀드매니저들은 기술주 급락에 큰 손실을 기록했고 특히 야누스와 피델리티가 큰 피해를 본 바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