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건 발생 후 정부의 무능에 더해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여권 인사들의 설화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신중치 못한 행동으로 희생자·실종자 가족들의 공분을 샀고, 여권 관계자들은 가족들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서남수 교육부장관은 18일 저녁 수행원들과 이번 사고의 희생자인 단원고 학생의 빈소가 차려진 장례식장에서 큰 곤욕을 치렀다. 서 장관에 앞서 빈소에 들어온 수행원이 유가족에게 귓속말로 "교육부 장관님 오십니다"라고 말한 것이다.
이에 유족은 "어쩌란 말이냐"며 "장관 왔다고 유족들에게 어떻게 하라는 뜻이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결국 서 장관은 조문을 마친 뒤 "죄송하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다"고 말한 뒤 급히 자리를 떴다.
서 장관은 앞선 구조 학생과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지난 16일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의전용 의자에 앉아 탁자 위에 라면을 놓고 먹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공개돼 비난를 받았다. 피해 학생들과 가족이 바닥에 앉아있는 모습과 비교가 됐기 때문이다.
현장 지원을 위해 진도로 파견됐던 송영철 안행부 국장도 파문을 일으켰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을 수행하던 송 국장은 실종자 가족 대표단과의 면담 후 "(이 장관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자"는 황당 제안으로 실종자 가족들을 분노케 했다. 결국 송 국장은 보직해임됐다.
이 장관은 곧바로 "있을 수 없는 말"이라며 대신 사과했지만, 그 역시도 향후 계획과 관련해 "선체를 인양하기 위한 작업도 병행 추진하는 게 목표"라고 말해 구조 매진 전념을 요구하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자극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17일 새벽 전남 진도 해안 여객선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했다. ⓒNews1
정홍원 국무총리는 분개한 실종자 가족들을 진정시키는 현장에서 진정성을 의심 받는 행동을 했다. 그는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에 실종자 가족들이 분개해 청와대로 가겠다고 나서자, 이를 설득하는 자리에서 유가족들로부터 엄청난 항의를 받았다.
가족에 대한 설득이 실패한 후 자리를 뜨려했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정 총리가 탄 차량을 가로 막았다. 정 총리는 가족들과의 대화 없이 차량에서 3시간가량 나오지 않다가 현장을 벗어났다. 일부에선 정 총리가 차량 안에서 졸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인선 경찰청 차장은 "이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다. 지금 시간이 몇 시입니까"라며 실종자 가족들을 강제로 해산시키려 해, 거센 항의를 받았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희생자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을 겨냥한 황당 발언이 나왔다.
한기호 최고위원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부터는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 정부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며 "국가 안보조직은 근원부터 발본 색출해서 제거하고, 민간 안보 그룹은 단호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에 대한 비판에 색깔론을 들이민 것이어서 파장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결국 황우여 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주말에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당직자들의 일부 언동에 대해 당 대표로서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대신 사과했다.
서울시장에 출마한 정몽준 의원도 막내아들의 페이스북 글로 도마 위에 올랐다. 정 모 군은 18일 페이스북에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를 지적하며 "국민 정서가 굉장히 미개한데"라고 썼다. 이 글은 21일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파문이 확산됐다. 결국 정 의원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고개를 세 번 숙이며 사죄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자신의 '막내 아들'의 세월호 실종자 가족 비하에 대해 사과했다.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