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생존자·피해자 가족 돕기 자선사인회'에 참석한 류현진. (사진=LA다저스 공식 트위터 캡처)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체육계 스타들이 세월호 침몰 참사란 국가적인 참사에 기적을 바라는 마음으로 생존자·피해자 가족들과 아픔을 나누고 있다.
경기장은 잠시 응원을 전면 중단했고, 선수들은 세리머니를 자제했다. 해외에서 활동 중인 일부 선수들은 검은 완장을 찼고, 양복 정장을 입는 종목의 감독은 평소 애용하던 색깔 대신 검은 넥타이를 맸다.
미국 메이저리그서 멋진 투구로 팬들에게 사랑받는 류현진(27·LA다저스), 단원고가 위치한 안산이 고향인 김광현(26·SK와이번스) 등 직접 구호금을 내며 이번 참사의 아픔을 함께한 선수도 있다.
◇조용한 경기장..득점 세리머니도 자제
프로야구는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경기를 시작으로 치어리더 응원은 물론 앰프 응원도 하지 않고 있다. 애도의 뜻을 함께 하려는 노력이다.
이번 조치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주도해 자제 요청을 한 결과다. 시행 초기 일부 구단의 응원 강행으로 인해 초기에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이후 모든 구단이 함께 하고 있다.
매주 1~2회 정규 경기를 치르는 프로축구도 다르지 않다. 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클래식(1부), 챌린지(2부)의 경기에 나서는 각 구단에 과도한 응원을 자제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따라 앰프와 북은 물론 깃발과 통천을 비롯한 주요 응원 도구가 사라졌다. 대신 세월호 실종자 생환과 사망자를 기리는 배너가 걸렸다. 서울-포항 경기에서 서울 응원단은 "우리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합니다"라고 새겨진 배너를, 포항 응원단은 "힘내세요. 반드시 돌아올 것입니다. 기적은 그대들을 위해 당연합니다"라는 배너를 응원석에 걸었다.
득점에 따른 세리머니도 나오지 않고 있다. 삼성라이온즈 선수단이 세리머니의 자제를 결정했다고 발표했고, 황선홍 포항스틸러스 감독은 선수들에게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도록 했다.
◇진도 여객선 '세월호' 침몰 닷새째인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문구가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News1
◇검은 완장과 넥타이 착용
검은 완장을 차거나 검은 넥타이를 매는 경우도 있다.
두산베어스 선수단은 헬멧에 '무사생환'이라는 글귀를 표기하고 경기에 나섰다. 홍성흔의 헬멧에는 ‘제발’이라고 쓰인 간절한 메시지도 눈에 띄었다.
평소 붉은 넥타이를 즐겨 매던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20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에 검은 넥타이를 매고 경기에 나섰다.
카디프시티 소속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우측 측면 미드필더 김보경은 20일 스토크시티와 벌인 홈 경기에서 사고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가 담긴 검은 완장을 오른팔에 차고 출전했다. 영국 현지 방송 중계팀은 "김보경이 고국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를 애도하기 위해 완장을 찬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보경은 자신의 개인 트위터 계정에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작은 희망이라도"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독일 레버쿠젠에서 뛰는 손흥민도 21일 뉘른베르크 상대 2013-2014 시즌 분데스리가 31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오른팔에 검은 완장을 두르고 경기에 나섰다.
20일 미국 하와이 오아후섬에서 종결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 출전한 김효주(롯데), 박인비(KB금융그룹), 신지애, 유소연(하나금융그룹) 등은 모자에 검은 리본을 달고 애도의 뜻을 표했고, 이 대회로 3년8개월만에 통산 세번째 LPGA 투어 우승을 이룬 재미동포 미셸 위(한국명 위성미·나이키골프)도 우승 후 "이 사고는 매우 불행한 일이다. 이번 주 내내 검은 리본을 달았다. 모든 가족에게 기도를 보내고 싶다"며 애도 행렬에 동참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개막전인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고양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 대회 출전 선수들은 세월호 침몰 희생자 애도 묵념을 하기도 했다.
◇김광현. (사진제공=SK와이번스)
◇사고 피해자 구호금 납부 행렬
사고 피해자를 위한 구호금을 내거나 사회 분위기에 맞춰 예정된 이벤트를 취소한 경우도 있다.
NC다이노스 선수단은 구호성금 2000만원을 전하기로 결정했다. 상세한 날짜나 기부처, 방식 등은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최대한 빨리 성금을 전달할 계획이다.
류현진은 지난 18일 희생자와 구조 요원을 위해 1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이어, 21일(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상대의 홈경기를 앞두고 다저스타디움의 주차장에 마련된 행사장에서 '세월호 생존자·피해자 가족 돕기 자선사인회'를 열었다.
류현진은 기부금을 내는 팬들에게 사인을 해줬고, 사인회에는 1000여 명의 팬들이 참여했다. 모아진 기부금은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자 가족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안산 출신으로 이번 사고의 희생자 대부분이 나온 단원고가 집과 5분 거리에 있는 김광현은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1000만원을 전달했다.
김광현은 "부모님을 통해 안산시 전체가 슬픔에 잠겼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피해자 가족 분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팬과 함께 기적이 생기기를 기도하겠다"고 전했다.
리듬체조 국가대표 손연재(20·IB월드와이드)는 26~27일 이틀간 예정된 자신의 갈라쇼를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로 미뤘다. 손연재는 소속사를 통해 "애도의 마음을 나누고자 갈라쇼를 미루기로 결정했다"며 "구조를 기다릴 분들의 무사귀환을 바란다"고 밝혔다.
경마·경륜·경정은 일주일간 휴장하며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한다. 한국마사회(KRA)와 국민체육진흥공단(KSPO) 경륜경정사업본부는 유족의 슬픔과 함께 하기 위해 20일부터 27일까지 임시 휴장한다고 발표했다.
◇리버풀FC 한국어 트위터에 오른 세월호 희생자 애도 문구. 16일과 20일 이틀간에 걸쳐 올랐고, 17일에는 영문 트위터에도 같은 내용으로 게재됐다. (이미지=리버풀FC 공식 트위터 캡처)
◇SNS를 통한 위로 메시지
SNS를 통한 체육계의 애도의 표시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선수는 물론 외신을 통해 참사 소식을 전한 해외의 스타 다수도 애도 행렬에 동참 중이다.
'빙속 여제' 이상화(서울시청)는 지난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제발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제발"이라며 간절한 마음을 표했다. 쇼트트랙의 조해리(고양시청) 역시 "제발 기적이 일어나기를"이라는 글을 남겼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의 주장인 페어 메르테자커(30·독일)는 자신의 공식 트위터에 "세월호 사고로 충격을 받았을 한국분들께 위로의 말을 올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기적을 빕니다"라는 한국어도 함께 적었다.
미국 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의 정상급 센터 파우 가솔(34·스페인)은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에서 세월호 참사에 관련된 모든 분, 특히 가족 여러분께 내 모든 성원을 보낸다"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
박지성이 한때 뛰던 EPL 명문 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한국어 홈페이지와 구단 공식 트위터를 통해 세월호 참사에 대해 "한국의 여객선 침몰 사고 희생자에 애도를 표한다"며 "실종자들과 구조 작업에 나선 분들의 무사 귀환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전했다. 맨유 트위터의 팔로워는 225만여 명에 달한다.
EPL 구단 중에는 맨유 외에도 맨체스터시티와 리버풀, 첼시 등도 구단 공식 트위터를 통해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가 최소화되기를 기원했다.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달리는 리버풀은 "리버풀 FC 구단은 세월호 침몰 사고로 아직 구조되지 못한 승객들이 조속히 구조돼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길 기도합니다"라고 한국어와 영어로 함께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