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10대그룹 사외이사들이 최근 5년간 이사회에서 무더기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상정된 이사회 안건에 대한 찬성률은 99.7%였다.
대주주 전횡 및 견제·감시를 위한 사외이사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마네킹 거수기’ 역할에 머문 셈이다. 100%의 찬성률을 보인 곳도 3곳이나 됐고, ‘열이면 열’ 찬성표를 던진 사외이사도 전체의 96%에 달했다.
23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최근 5년간 10대그룹 92개 상장 계열사의 사외이사 활동내역을 조사한 결과, 총 1872명의 사외이사들이 4626건의 이사회에 참석해 3만7635표의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중 찬성표는 99.7%인 3만7538표로 집계됐다.
100% 찬성표를 던진 사외이사만도 전체 1872명 중 1792명으로, 95.7%에 달했다. 반면 반대표는 5년을 통틀어 38표에 불과했다. 이사회에 참석한 사외이사 50명 중 1명꼴이다.
사외이사 평균 찬성률이 가장 높은 그룹은 LG, GS, 한진그룹으로, 불참을 제외한 반대와 기권표가 단 하나도 없었다.
LG는 239명의 사외이사가 4527건의 안건에 대해 100% 찬성했다. GS와 한진 역시 140명과 97명의 사외이사들이 각각 1866건, 1677건 안건에서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
삼성과 한화, 롯데는 99.9%로 2위권을 형성했다.
삼성은 355명의 사외이사 중 반대표를 던진 경우는 없었지만, 기타로 분류된 의결권이 6건이 있었고, 롯데는 171명의 사외이사가 이사회 안건 5173건 중 6건의 반대표를 던졌다. 한화는 사외이사가 138명이 3845건의 안건에서 반대와 기권 각각 1표, 2표를 행사했다.
이어 현대자동차가 4465건 중 반대 5표, 기타 7표로 99.7%, 현대중공업이 845건 중 기권과 기타 각각 2표씩으로 99.5%의 찬성률을 보였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의 사외이사는 각각 217명, 64명이었다.
포스코는 113명의 사외이사가 반대 11표, 기권 1표, 기타 4표 등 찬성이 아닌 16건의 의결권을 행사해 찬성률이 99.4%였다.
SK는 99.2%로 찬성률이 가장 낮았다. 338명의 사외이사가 6346건의 안건 중 6298표의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는 15표, 기권과 기타가 35표였다.
다만 10대그룹 모두 99%대의 찬성 비율을 보여 찬성률 순위는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사외이사들이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는커녕 예스맨, 방패막이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들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번 조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입증된 셈”이라며 “사외이사 제도의 충실한 운영을 위해 개편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