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대응과 관련해 국가 전반의 재난대응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3일 청와대측은 "청와대가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며 책임론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런 입장과 관련해 류희인(사진) 참여정부 청와대 위기관리비서관은 "위기 관리 컨트롤타워는 청와대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전 비서관은 23일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같이 밝히며, 그 이유에 대해 "범정부차원의 컨트롤은 주무부처와 지원부처 등 평균 9개 기관 정도가 참여한다. 컨트롤타워인 주무부처는 조정권을 행사하고 지침을 줘야 하는데, 안전행정부는 다른 기관과 같은 장관급이라 컨트롤타워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장관이 다른 장관에게 컨트롤 권한을 행사하긴 어렵다. 책임문제와 이해문제가 달린 사안에 대해선 대통령 앞에서도 장관들끼리 싸울 수 있다"며 "재난 대응 시 재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려줘야 할 긴박한 순간에 수평적 관계 사이에선 조정권이 발휘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류 전 비서관은 또 '전문성' 측면에서도 안전행정부의 컨트롤타워 기능 수행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려면 최소한의 전문적이고 업무적인 경험과 지식을 가져야 한다"며 태풍, 홍수 등의 자연재해는 지휘가 가능할지 모르나 세월호 침몰 사고와 같은 해상사고, 방사능유출 사고 등과 같은 영역은 전문영역이라 안행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재난'과 '핵심 기반' 분야 컨트롤타워 기능을 NSC 산하 위기관리센터에서 당시 행정안전부로 이관했다"며 "이는 잘못됐다. 그렇게 해서는 절대 가동될 수도, 기능을 발휘할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사고에서 위기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작동이 안 되게끔 구조가 짜여 있었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류 전 비서관은 이번 사고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해경 등 정부 기관의 무능과 관련해서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의 위기관리 시스템 붕괴'를 그 이유로 꼽았다.
그는 "(정부의 대응은) 평소의 훈련을 통해 확립되고 숙달되는 것"이라며 "이번에 나타난 결과만을 보면 그것이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재난관리체계 흐름을 보면, 참여정부 때는 '위기관리' 국가 시스템 체계를 구축했고 제도와 매뉴얼도 만드는 등 이런 고민을 계속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들어서면서 이걸 흐트려 놨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국민 안전'을 국정과제의 하나로 설정하고 노력을 기울인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흩어 놓은 잘못된 구조 하에서 하다 보니 효용의 문제가 별로 크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며 근본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의 변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류 전 비서관은 위기관리 매뉴얼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지속적인 훈련과 시간에 따른 수정·보완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명박 정부 이래로 이 같은 작업이 미진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는 참여정부에서 위기관리통합 훈련을 2006년 위기관리 매뉴얼 완성 직후부터 2년에 한 번씩 훈련을 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관계 기관이 모두 모여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통해 매뉴얼을 지속적으로 현실에 맞게 개선해 나가는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류 전 비서관은 "이명박 정부이래로 위기관리를 안전행정부로 이관한 후 참여정부에서만큼의 전문성과 지속성, 관심을 갖고 위기관리 체계를 구축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위기관리 훈련도 안행부 산하 소방방재청이 기존에 주관하던 '안전한국 훈련'에 통합시켜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이번 세월호 사건과 같은 대규모 해상 사고를 대비한 '대규모 인명피해 선박사고 대응 매뉴얼'이 참여정부 시절 마련돼 있었다며 관련 훈련도 그 시기엔 꾸준히 진행이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