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배구조 '단순화' 속도전..마하 재편

입력 : 2014-04-24 오후 4:06:58
[뉴스토마토 김미애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지난 18일 귀국한 이후 삼성은 계열사간 얽혀 있던 복잡한 지분구조를 털어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양새다.  
이 회장이 출근한 22일, 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동시 다발적인 지분 이동은 향후 사업구조 재편 가속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한 비(非)금융 계열사들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공시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재계 관계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전날 삼성전기(009150)삼성정밀화학(004000)·제일기획(030000)·삼성SDS 등 삼성그룹 계열사 4곳은 보유 중인 삼성생명 지분 총 328만4940주(1.63%)를 장 시작 전 대량매매 방식으로 3118억원에 매각했다.
 
금융 계열사를 둘러싼 복잡한 지분 관계가 해소되면서 삼성생명 주식을 보유한 그룹 계열사는 지주사 격인 삼성에버랜드만 남았다.이에 '삼성생명→삼성전자→제조계열사→삼성생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끊어졌다.
 
삼성카드(029780)삼성화재(000810) 지분 29만8377주(0.63%)를 주당 23만8500원에 모두 삼성생명에 매각했다. 이로써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지분율은 기존 10.36%에서 10.98%로 높아졌다. 다만 이동하는 지분은 1.63%, 0.63% 수준이어서 지배구조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미미한 변화다.
  
◇삼성그룹 서초사옥(사진=삼성)
 
재계와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다양한 시각을 내놓고 있다. 삼성은 그간 삼성생명을 둘러싼 순환출자구조와 금산분리(산업자본과 금융의 분리) 정책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계열사간 지분 정리로 인해 지배구조가 단순화됐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 소유구조의 특징 중 비판받아 온 점은 순환출자구조와 금융·산업자본의 혼합이었다"며 "지난해 이후 잦아진 삼성그룹 계열사들 간의 지분 이동 및 매각 조치는 이 두 가지 문제를 풀기 위한 차원"이라고 진단했다.
 
머지 않을 '이재용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포석을 깔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복잡한 그룹의 지배구조를 단순하게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지배구조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계열사들의 삼성생명 지분 정리를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단순화해서 안정적인 승계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밑거름"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중간지주회사 제도 도입시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 아니냐는 시각도 내놓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를 필두로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계열사 별로 지분 정리를 하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다.
 
김태현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 지분 매각과 삼성화재 지분 매입으로 삼성그룹 내 금산분리 및 지배구조 개편 속도에 대한 기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잇단 사업재편과 구조조정, 지분정리에 돌입한 것은 현재가 큰 위기라고 봤기 때문"이라며 사업적 고민임을 거듭 강조한 뒤 "미래를 위해 향후 10년을 내다본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계 안팎에 지주사 전환 등 앞서가는 억측들이 많은데, 복잡하게 돼 있는 지분구조를 풀어가기 위한 방향성은 맞다. 단순화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지주사로 가는 것은 어려움이 많다. 자본시장에 큰 충격을 준다"고 우려했다.
 
재계에서도 지주회사 체제 전환으로의 움직임으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있다.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은 녹록치 않은 일이다. 비금융 계열사가 보유한 금융계열사 지분 정리,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비금융 계열사 지분도 팔아야 한다.
 
한승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지분 변동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회사 전환이나 본격적인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변화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일부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삼성이 마하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을 전격 발표한 지 이틀 만에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을 합병한 삼성은 최근 구조조정에 깔을 빼들었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가능성은 계속해서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사업 재편과 지분 정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후계구도는 물론 신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삼성이 실행단계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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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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