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당일 생존자 구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크레인은 사고발생 12시간이 지나서야 뒤늦게 현장으로 출발했다.
구조작업을 해야 하는 해양경찰청이 크레인 사용료 부담 때문에 크레인 요청을 하지 않고, 세월호 운항사인 청해진해운이 크레인을 요청할 때까지 기다렸기 때문이다.
크레인의 하루 임대비용이 억대에 달하다 보니 예산눈치를 보느라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촌각을 다투는 재난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구조장비의 투입을 무려 12시간이나 머뭇거린 것은 심각한 과오로 지적된다.
이번 사고의 1차적 책임이 승객안전을 외면한 선장과 선원들에게 있지만, 실종자와 사망자 수를 늘린 보다 중대한 책임은 정부의 늑장대응에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문제는 최일선에 있는 해경이 눈치를 볼 정도로 재난상황에서의 재정의 '선집행'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 23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보고한 '재난대책 예산지원 보고'내용을 보면 재난현장에 대한 재정지원은 우선 각 부처의 '기정예산'에서 투입하도록 돼 있다.
사고현장에서 수색작업을 위해 선박이나 항공기, 잠수요원, 어업지도선 등을 동원하는 비용을 기존에 부처에 배정된 예산에서 조달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보고에서 "인명구조와 사고수습 과정에 필요한 모든 경비는 소관부처의 기존 예산을 최대한 활용하고, 추가 소요가 발생할 경우엔 예비비 등을 통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경의 사례에서 보듯이 갑작스런 사고에 대한 기존예산 투입도 현실성이 없는 것이 사실.
그렇다고 해서 중앙부처가 실질적인 예산을 지출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중앙부처의 재정지원은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있어야만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화재나 붕괴, 폭발, 교통사고, 환경오염사고 등 대규모 사회재난시에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능력으로 수습이 곤란해 국가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만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수 있다.
이번 사고지역인 진도군과 피해자와 가족들의 생계터전인 안산시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것도 사고 후 나흘이 지난 20일이다.
그나마 특별재난지역의 선포도 사고초기의 구조와는 거리가 멀다.
기재부에 따르면 특별재난구역에 대한 지원은 사망·부상자에 대한 보상금 또는 위로금, 피해주민의 생계안정 자금 지원 등이 핵심이며 국세와 지방세 감면, 건강·국민보험료 지원 등 사후지원이 전부다.
이마저도 사고수습이 완전히 끝난 후로 늦춰진다.
현오석 부총리는 23일 보고에서 "진도와 안산 등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른 최종 지원기준과 내용은 관계부처 협의 후 중앙대책본부에서 결정한다"고 밝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은 크레인 늑장 동원과 관련해 "사고 수습은 분초를 다투는 일이 많다"면서 "행정의 기조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보다 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책임질 수 있는지 그런 판단이 항상 앞서는 것 아니냐는 것이 지금 국민들의 인식"이라고 꼬집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윤호중 의원은 "재난관리시스템과 그를 뒷받침하는 재정계획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하고, 국민들을 위해 정부가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정말 깊게 생각해서 해답을 내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