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수습 한창인데..'탈출'하는 정홍원 총리(종합)

현재 법정부 사고대책위 수장..사고 수습 더 혼선 불보듯
새정치민주연합 "사퇴는 비겁한 회피..사태 수습 후에 국민 뜻 따라야"

입력 : 2014-04-27 오전 11:34:07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사태가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범부처 사고대책본부를 총괄하던 총리의 전격적인 사퇴로 인해, 사고수습 과정은 더욱 혼란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무책임한 사퇴’라는 비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2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비통함에 몸부림치는 유가족의 아픔과 국민 여러분의 슬픔과 분노를 보면서 저는 국무총리로서 응당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사의를 표했다.
 
정 총리는 "이번 사고가 발생하기 전 예방에서부터, 사고 이후의 초동 대응과 수습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을 제때에 처리하지 못한 점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인 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고 사죄를 드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이어 "진작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자 했으나 우선은 사고수습이 급선무이고 하루 빨리 사고 수습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디 국민 여러분과 세월호 피해자 가족 여러분들이 소명을 다하지 못하고 떠나는 저를 용서하고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 과정에서 정부가 미흡하게 대처한 것에 책임을 지고 총리직 사의를 표명했다. ⓒNews1
 
정 총리의 이번 사의표명은 정치권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가 보여준 무능을 책임지고 '내각 총사퇴'나 '중폭 이상 개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정 총리는 전날도 관계부처 장관·차관·청장이 참석하는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2시간가량 이어진 회의 결과는 또 다른 비판을 낳았다.
 
정부는 회의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는 오늘 회의에서 실종자 구조수색과 실종자 가족 돌봄 등에 부처별 역할을 재점검하고 이를 유기적으로, 체계적으로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사고 수습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 내용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 총리의 사퇴는 악화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사태 수습이 요원한 상황에서 범정부 대책본부의 수장인 정 총리의 사퇴는 또 다른 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부인하며, 모든 책임을 '청와대를 뺀' 행정부에 지우고 있는 상황에서 내각의 수장인 총리의 사퇴는 행정부 내 '컨트롤 타워'를 잃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 총리도 이날 회견에서 “진작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자 했으나 우선은 사고수습이 급선무이고, 하루빨리 사고 수습과 함께 대책 마련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사퇴 이유에 대해 “자리 지킴으로써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고 수습보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의 방패막이로 사퇴한다는 의미를 갖는 말이다.
 
당장 정치권에서 정 총리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 야권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완장을 찬 사람들의 행태가 이토록 무능하다는 데 대해 절망스럽다"고 맹비난했다.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정 총리 사의 표명 직후 기자회견에서 “지금 이 시점에서 지극히 무책임한 자세이며 비겁한 회피”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가뜩이나 총체적인 난맥상황에서 총리가 바꾸면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 지금 이 시점에 국회가 새로운 총리의 인준을 위해 인사청문회 열어야겠나. 이게 국민에 대한 책임이겠나”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총리를 비롯한 내각은 우선 총력을 다해 이번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며 “(사태 수습) 다음에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며 국민의 뜻에 따르는 것이 책임을 다하는 진실된 자세”라고 강조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정 총리의 사퇴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도 사의 표명 수용의사를 밝혔다.
 
민현주 대변인은 이날 서면 논평을 통해 "세월호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해당부처는 사고를 당한 가족과 국민을 실망시키는 대응을 보였으며 이에 대해서는 어떠한 변명도 있을 수 없다"고 말해 사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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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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