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X업황 회복 '동상이몽'

정유업계 "감산 효과로 업황 회복"..하반기 공급과잉 우려와 정면 배치

입력 : 2014-04-29 오후 5:25:35
◇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파라자일렌(PX)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유업계가 회복세 전환을 예상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유 업체들은 아시아 지역 내 감산과 전방인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의 수요가 서서히 회복하는 점을 꼽으며 업황이 회복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역내 감산은 결국 공급량을 줄인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업황 침체의 근본 원인인 수요 부족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하반기에 증설물량이 쏟아지면서 공급과잉에 따른 PX 수익이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의 올 1분기 화학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6% 감소한 845억원이다. S-Oil(010950)도 석유화학 부문에서 지난해 1분기 대비 74% 급감한 46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정유사들은 가뜩이나 정유사업이 부진한데 석유화학 사업까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수익성에 발목이 잡혔다는 평가다.
 
이 같은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 악화는 역설적이게도 각 기업들이 수익성을 기대하며 너도나도 증설 경쟁을 벌이고 있는 PX에서 비롯됐다. 이는 곧 수급의 불균형으로 이어졌다.
 
PX는 합성섬유와 페트병 원료로, 전방인 PTA의 수요가 곤두박칠 치면서 PX 수급 역시 주저앉았다. 한국에서 PX를 구매해 PTA 등 전방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업체들의 가동률이 대폭 하락한 게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 톤당 1400달러대에 거래되던 PX 가격은 지난 3월 톤당 1168달러(3월21일 기준)까지 추락했다.
 
문제는 올 하반기 상황 역시 긍정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수요가 몰린 중국 시장의 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만 300만톤 규모의 증설 물량이 쏟아진다.
 
오는 7월 SK인천석유화학과 SK종합화학이 각각 130만톤, 100만톤 규모의 증설을 완료하는 것을 비롯해 삼성토탈도 하반기에 증설을 마무리 짓고 100만톤을 추가 생산할 계획이다. 중국에서도 오는 2016년까지 총 380만톤 규모의 PX공장 증설이 예정돼 있는 등 업계 안팎에서는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정유 업체들은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를 일축하며 점진적인 회복세를 예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5일 진행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일본에 있는 여러 PX공장들이 가동을 중지하거나 감소시키고, 아시아 지역 내 많은 공장들이 가동을 줄이고 있다"면서 "자회사의 PX 공장과 신설공장들은 정제시설을 기반으로 한 공장이기 때문에 경장사 대비 원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Oil 역시 "PTA 회사들이 2분기에 들어서며 가동률을 늘리고 있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 일부 PX 회사들이 가동을 중단할 것이라는 발표를 하고 있기 때문에 PX는 적정 수준의 마진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이 업황 침체 속에서도 초조함을 보이지 않는 배경에는 올해 물량 소화를 위한 계약이 상당 부문 해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PX는 다음해 물량을 보통 그 해 말에 1년 단위로 계약한다"면서 "지난해 말에 이미 선판매를 시작했고, 올해 전체 물량의 8~90% 정도 물량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시장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 PX 업황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PX의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시장 상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 중국 푸젠성 샤먼 지역의 시앙루페트로케미칼은 지난해 11월 150만톤 규모를 시작으로 300만톤 규모의 공장을 신설하는 등 올해 총 450만톤 규모의 PTA 공장을 상업 가동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발맞춰 PX 수요 증가도 기대됐다.
 
그러나 중국 내수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이 이어지면서 시앙루페트로케미칼은 당초 계획했던 150만톤 규모의 공장조차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는 5월쯤 신규 가동에 나설 방침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 전문가는 "아시아 지역 내 업체들이 가동을 중단한 상황에서 PX 수급이 개선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하반기에 신증설 물량 증가로 인해 공급과잉은 필연적인데도 정유사들이 시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급물량을 미리 선점하더라도 수익성 확보와는 별개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출 과정에서 결국 국제가격이 반영되기 때문에 시황 변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미리 계약을 체결해 놓은 물량이라도 공급가격은 국제가격을 반영해 책정되기 때문에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면서 "공급계약이 80~90%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만큼 수출에서 차질이 빚어지지 않는 정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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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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