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유진로봇, 저가전략 '승부수'

입력 : 2014-04-30 오후 6:26:15
[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유진로봇(056080)이 시장 선두주자란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후발주자에까지 밀리면서 가격 승부수를 꺼내들었다. 
 
유진로봇은 지난 28일 20만원대 로봇청소기 제품인 '아이클레보 라이트'를 선보였다. 유진로봇의 기존 보급형 모델인 '아이끌레보 팝'과 비교해 40% 가까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로봇청소기를 내놓은 유진로봇이 저가 모델을 내놓은 것에 대해 업계는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과 반대로 점점 좁아지고 있는 회사의 입지를 만회하기 위한 시도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가모델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을 보고 따라서 진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가사를 분담해 줄 가전기기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업계는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청소기능만 갖춘 단순한 제품으로 가격 거품을 빼고 있다. 또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의 가격 경쟁으로 '이제 로봇청소기는 비싸지 않다'라는 인식도 형성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연간 매출 1조원을 달성한 모뉴엘은 2012년부터 20만원대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마미로봇은 이달 9일 19만9000원의 로봇청소기를 홈쇼핑을 통해 선보였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2012년 로봇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청소기 생산량은 지난 2010년 11만2660대에서 2011년 16만9130대, 2012년에는 19만대로 성장했다. 증가 폭이 초창기보다 둔화되기는 했지만, 아직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시장 성장세에도 불구, 유진로봇은 2년 연속 역성장했다. 유진로봇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1년 4억7800만원의 영입이익을 달성한 이후 2012년 28억원, 지난해 25억원 규모의 손실을 보며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유진로봇은 지난 2006년부터 2007년 국내에서 약 30%의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현재는 절반 수준인 15% 내외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미로봇과 모뉴엘을 비롯한 중견 가전업체와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 등 대기업에 밀린 결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12월 소비자시민모임이 진행한 로봇청소기 성능 비교 평가에서 제품이 기준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발표되면서 자존심에 상처도 입었다. 유진로봇은 이러한 시험 결과에 불복해 재검을 의뢰한 상황이다.
 
유진로봇은 국내 로봇청소기 업계에서는 원조격인 데다 신경철 대표 역시 국내에서 로봇 관련 산업의 '멘토'로 잘 알려져 있다. 신 대표는 미국 미시간대 기계공학 박사 출신으로 한국로보틱스연구조합 대표와 한국지능로봇산업협회 회장을 거쳤다. 현재는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이자 한국로봇산업협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다.
 
유진로봇 관계자는 "기술로 승부하려다 보니 가격대별로 라인업이 부족했고, 이미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어 저가 상품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로봇을 B2C(개인소비자 상대) 대상으로 판매하기 위해 로봇청소기를 선보인 만큼 실용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저가 제품의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유진로봇이 다시 시장에서 두각을 보일지는 장담할 수 없다"며 "다만 저가 제품이 확대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늘고, 시장이 커지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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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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