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국가정보원 직원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대선과 정치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63)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재판에서 원 전 원장 측이 증거능력 입증 문제를 또 다시 제기하면서 검찰은 다시 난감한 상황을 맞게 됐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원 전 원장의 변호인은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5팀 직원 김모씨 이메일의 첨부파일을 누가 작성한 것인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원 전 원장측은 재판부에 "김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이메일을 자신 외에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은 맞지만 '첨부문서'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에 작성자를 김씨로 확정할 수 없어 증거능력이 없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김씨 이메일의 첨부파일에는 국정원 직원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트위터 계정 수십개 등이 첨부돼 있었으며, 이는 검찰이 국정원의 트위터 활동을 파악하고 공소장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단서가 됐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주장이 뒤늦게 나왔지만 형사소송법 313조에 따라 작성자 또는 원진술자 진술로 해야 증거능력이 성립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다"며 변호인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검찰은 포렌식 검증을 통해 이메일의 첨부파일을 누가 작성했는지 밝혀내거나 김씨에 대한 추가 증인신문 등을 통해 이를 입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검찰은 "지금까지 첨부파일에 대해 제3자가 작성했을 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나온 적이 없어 그것에 대한 다툼은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몇 개월간 재판이 진행됐는데 이제 와서 이런 주장이 나온 것은 상당히 유감스럽다"라며 불만을 표했다.
국정원 직원의 트위터 계정을 1100여개로 특정하고 트윗·리트윗 수를 78만여회로 정리하기까지 3차례에 걸쳐 공소장을 변경하며 수개월이 소요됐지만, 변호인이 이같은 새로운 주장을 제기함에 따라 재판은 또 다시 증거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절차로 돌아가게 됐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7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이날은 국정원 안보5팀 직원 김씨의 이메일 첨부파일의 증거능력에 대한 검찰의 입증계획과 원 전 원장 측이 이날 증인으로 신청한 북한 사이버전문가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사진=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