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1분기 국내 조선 빅3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울고, 대우조선해양은 웃었다.
조선3사 모두 지난해에 이어 저가수주 여파가 실적 하락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한 가운데, 상선에서 해양설비로 저가수주의 충격파가 확산됐다. 여기에 수주잔고를 채우기 위해 건조에 익숙치 않은 해양설비를 대거 수주하면서 이에 따른 인건비 등 비용증가가 더해져 수익성이 급감했다.
이들 중 대우조선해양만이 나머지 두 곳에 비해 양호한 실적을 거두며 빅3의 체면을 살렸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실적에 해양설비 손실분이 대부분 반영돼 나머지 두 개 조선사에 비해 양호한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30일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3조5208억원, 영업손실 1889억원, 당기순손실 91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2.9%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적자 전환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큰 폭의 수익성 하락이 예상되기는 했지만 이는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하는 어닝쇼크 수준이다.
지난해에 이어 저가수주 여파가 지속되면서 조선 계열사의 실적이 저조한 데다, 현대오일뱅크의 정제마진 하락이 겹치면서 부진의 폭을 키웠다. 연결기준 현대중공업 영업이익의 35%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오일뱅크의 정유부문이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수익성 하락을 부채질했다.
조선 부문은 상선과 더불어 해양설비의 실적 부진이 크게 작용했다. 이외에 육상 플랜트 사업부와 건설기계사업부도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드릴십 건조 비중 감소와 플랜트부문 주요 발전공사 완료 등으로 전 분기 대비 매출이 줄었다”며 “조선경기 침체에 따른 선가하락으로 조선부문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앞서 25일 조선 빅3 중 가장 먼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삼성중공업도 해양플랜트 사업 손실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됐다. 삼성중공업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3조4311억원, 영업손실 3625억원, 당기순손실 2724억원을 기록했다.
호주 익시스 프로젝트와 나이지리아 에지나 프로젝트 등 일부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예상됨에 따라 약 5000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1분기 실적에 반영한 데 따른 것이다.
호주 익시스 프로젝트의 경우 상세설계 등 후속공정에서 사양 변경으로 인해 작업 물량과 비용이 증가했으며, 나이지리아 에지나 프로젝트는 현지에서의 생산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익시스 CPF와 에지나 FPSO 외 다른 해양 프로젝트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예상 손실을 모두 1분기 실적에 반영한 만큼, 2분기부터는 경영 실적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연간 매출은 14조6000억원, 손익은 세전이익 기준 2000억원 수준으로 전망한다"면서 "이번 분기에 예상 가능한 손실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반영한 만큼, 향후 손실을 만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1분기 국내 조선 빅3의 희비가 엇갈렸다. 저가수주 여파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울고, 대우조선해양은 웃었다.(사진=뉴스토마토자료)
내달 중순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비해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기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 3조8059억원, 영업이익 125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6.8%, 86.0% 증가한 수준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1분기 실적에 해양설비 손실분 반영으로 수익성이 하락된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실적에 저마진 해저 파이프설치 작업선 손실분과 충당금 비용 등 손실분이 대부분 반영돼 오히려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올해 본격적으로 건조하는 해양설비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업황이 좋았던 2012년 말에 수주한 물량들이어서 저가수주로 인한 수익성 하락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전망도 밝은 편이다. 50억달러에 달하는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 관련 대규모 LNG선 수주가 가시화되고 있고, 하반기에는 머스크로부터 2011년 수주한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 선종 건조가 예정돼 있어 수익성 개선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한편 국내 조선업계의 1분기 신규 수주는 403만CGT로 전년 동기 338만CGT에 비해 19.2% 가량 증가했다. 수주량 면에서는 중국에 이어 2위를 기록했지만, 수주금액 면에서는 93억달러로 1위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