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제조업 경기에 대한 서방과 아시아 국가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주요국의 제조업 지표는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의 공장 중국의 제조업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일본의 제조업 경기 역시 소비세 인상이라는 암초를 만나 휘청거렸다.
◇美·英, 제조업 확장세 지속
1일(현지시간) 공급관리자협회(ISM)에서 발표한 미국의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4.9를 기록하며 전망치 54.3을 웃돌았다. 지난해 12월 이후 최대치이기도 하다. 전월치 53.7보다는 1.2포인트 상승했으며 석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PMI가 기준치 50을 넘으면 경기가 확장국면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50 이하면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18개 산업군 가운데 17곳에서 경기가 확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9년 중반이후 산업 전반에서 제조업 경기가 확장한 적은 거의 없었던 만큼 이는 제조업이 살아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로 풀이된다.
전날 민간 시장조사업체 마르키트에서 발표한 4월 미국의 제조업 PMI 최종치는 예상치를 밑돌았으나 55.4를 기록하며 확장세를 다시 확인했다.
영국의 4월 제조업 경기도 예상을 웃도는 성적표를 내놨다. 마르키트는 지난달 영국의 제조업 PMI가 57.3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5개월만에 최고치로 전월치 55.8과 예상치 55.4를 모두 웃돌았다.
영국의 내수와 북미와 유럽, 아시아, 중동 등의 해외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면서 신규주문이 크게 늘었다. 생산에 투입하는 비용은 줄고 산출 비용은 늘어나며 수익성이 개선된 점도 긍정적이었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이코노미스트는 2~3분기에도 제조업이 영국 경제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조업 호조에 힘입어 고용시장도 긍정적으로 전망된다"며 "올해 3%대의 경제성장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中 '지지부진'..日 소비세 인상에 '휘청'
반면 지난달 중국과 일본의 제조업은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4월 중국의 제조업 PMI는 50.4로 전달 50.3보다 소폭 개선됐으나 예상치 50.5는 밑돌았다. 생산자지수와 신규수출주문지수가 나란히 하락하면서 중국의 수출 둔화 우려를 키웠다.
국가통계국보다 더 작은 표본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HSBC의 제조업 PMI는 지난달 48.3을 기록하며 넉달째 뒷걸음질쳤다.
이에따라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제조업지표 개선세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긍정적 판단을 하기에는 섣부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노무라의 중국 이코노미스트 장 지웨이는 "중국 경제가 (성장을 위한) 터닝포인트를 지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분기 18개월만에 최저치인 7.4%를 기록한데 이어 2분기에는 7.1%로 더 둔화될 것을 예상했다.
일본의 제조업 경기는 소비세인상의 직격탄을 맞으며 1년만에 위축국면에 접어들었다. 마르키트와 일본 자재관리협회(JMMA)에서 집계한 4월 일본의 제조업 PMI는 49.4로 직전월의 53.9에서 크게 후퇴했다.
특히 생산지수가 54.2에서 46.2로 급락하며 지난 2012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위축세를 나타냈다. 신규수출주문지수도 52.3에서 49.1로 내려오며 8개월만에 처음으로 위축됐다. 생산과 신규주문지수가 동시에 떨어진 것은 14개월만에 처음이다.
에이미 브라운빌 마르키트 이코노미스트는 "예상대로 소비세 인상의 영향이 있었다"며 "일본 제조업체들이 소비세 인상에 맞춰서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차별화 이어질듯.."中정부 부양책 필요"
미국과 영국 등의 제조업은 당분간 밝은 전망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마켓워치는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제조업 경기가 회복되면서 올해 미국 경제가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사업투자가 증가하고 고용창출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경제가 소프트패치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닐 프로세로 영국제조업연합(EEF)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 경기 개선은 생산성 향상과 견조한 일자리 창출, 실질임금 상향 등과 함께 이뤄지며 영국 경제 회복을 도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아시아 국가에서는 꺼져가고 있는 제조업 경기의 불씨를 살릴만한 정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장 판 CNMB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가 선별적인 재정지원책을 더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중국 정부가 미니 부양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일본의 경우에도 소비세 인상으로 줄어든 내수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수출이 개선돼야 하지만 오히려 신규수출주문지수가 급감하면서 아베정권의 고민이 깊어졌다.
우크라이나 위기도 전세계 제조업을 위협할 수 있는 복병으로 남아있다.
ISM은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상황이 악화될 경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대한 수출이 모두 타격을 입으며 제조업 경기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