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국세청, 허술한 중개업소 관리..편·불법 난무

세무조사 회피 위해 개·폐업 반목, 불법 자격증 대여 공공연한 비밀

입력 : 2014-05-02 오후 4:28:39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공인중개사 A씨는 최근 간판을 바꿔 달았다. 같은 공인중개사, 같은 자리의 사무실이지만 새로운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을 했다. 이유는 정기 세무조사를 피하기 위해서다. 4년 이상 동일 사업을 유지하지 않을 경우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맹점을 이용한 것이다.
 
#B씨는 서울 강남에서 중개업을 하는 사람이다. 사무실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없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자격증을 대여해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다. 자격증 대여는 불법이지만 이 일대에는 공공연하게 남의 자격증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중개업자가 태반이다. 단속은 요식행위에 불과하고, 중개사고시 도주하면 그만이다.
 
정부의 허술한 공인중개사 관리가 중개시장의 건전성을 저해하고 있다. 너무 쉬운 중개업소 개·폐업과 불법 자격증 대여 관리 소홀로 세금 탈루와 중개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방조하고 있다.
 
중개업소가 개·폐업을 반복하는 주요 원인 하나는 세무조사 회피다.
 
국세청은 ▲신고내용에 대한 정기적인 성실도 분석결과 불성실 혐의가 있는 경우 ▲4사업연도 이상 동일 세목의 세무조사를 받지 아니한 경우 ▲무작위추출방식에 의한 표본조사를 하는 경우 등의 원인으로 정기적 세무조사를 한다.
 
이때 세무조사로 피해를 볼 것 같은 중개업소는 폐업을 하고 새로 개업을 하면된다. 새로 개업을 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4년간 세무조사를 피할 수 있다.
 
중개업소 폐업 후 개점 절차는 간단하다. 서류만 구비해 놓으면 언제 어디서든 개업을 할 수 있다.
 
중개사무소 폐업을 원할 경우에는 사업자등록 휴·폐업신고서와 사업자등록증 원본, 휴·폐업신고서, 신분증 사본을 구비해 담당구청에 제출하면 된다. 자격증과 사무실, 일정 시간의 실무교육을 이수했다면 개업이 가능하다.
 
4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공인중개사사무소 폐업수는 1만5445곳이다. 신규 개설사무소는 1만7134곳이다. 폐업을 하는 것도 쉽지만 개업을 하는 것은 더 쉽다. 문을 닫았던 중개업자 상당수가 재개업을 하고 있다.
 
한 중개업자는 "새로 개업을 하게 되면 세무조사를 피할 수 있고 누적된 자료도 그만큼 적기 때문에 세무조사를 받는다해도 피해가 적다"며 "국세청 담당자가 재개업할 것으로 권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DB)
 
정부의 허술한 중개업소 관리도 문제다. 불법 임대자격증이 공공연하게 거래되지만 국토부와 해당 지자체는 이를 색출하지 못하고 있다.
 
불법 자격증 임대 중개업자는 이중계약, 하자 물건 계약 유도, 부과세·소득세 신고 누락 등 거래 당사자 피해 유발할 우려가 높다.
 
공인중개사법 49조에 따르면 공인중개사자격증을 양도·대여한 자 또는 양수·대여받은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불법사실은 피해자의 신고에 의지하고 있는 형편이며, 관계당국은 인력부족을 이유로 제대로 감시·단속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일대 중개업자망을 통해 단속사실이 사전에 유출돼, 미리 사무실 문만 닫으면 단속을 피할 수 있다. 국토부와 관할관청의 불법 자격증 임대 중개업소 단속은 사실상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불법 임대자격증 대여 중개업자는 거래 사고 발생 시 도주 후 간단한 절차를 거쳐 또 다른 명의의 자격증으로 개업 할 수 있어 2차 피해자를 유발할 수 있다.
 
중개업 관계자는 "간혹 (단속에) 걸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운이 없는 경우고, 대부분 사전에 단속에 대한 소문이 돌기 때문에 문을 닫으면 단속을 피할 수 있다"며 "국가공인시험 등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개업을 하는 공인중개사들과 이용자가 피해자가 된다"고 전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한승수 기자
한승수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