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최근 달러화가 주요 통화에 대해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으로 달러 공급이 줄어들면 달러화가 강세를 보여야 하지만,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의 배경으로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 연준의 초저금리 유지, 유로화 강세, 우크라이나 리스크 등을 꼽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당분간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달러가 약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이번 주로 예정된 청문회에서 자넷 옐런 연준 의장의 발언이 달러화 움직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시장은 옐런 의장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달러인덱스 79.15..2012년 10월 이후 최저
6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일보다 0.50% 하락한 79.15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 2012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2일 발표된 미국의 4월 고용지표가 호조를 나타내자 달러인덱스는 79.8선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내 상승폭을 반납했다.
◇달러인덱스 추이 (자료=stockcharts.com)
이날 달러·엔 환율 역시 전일보다 0.44% 하락한(엔화 강세) 101.68엔을 기록했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 달에만 0.83% 하락한 후 이번 달 현재까지 0.58%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유로·달러 환율 또한 4월 한 달간 0.51% 올랐고(유로 강세) 이번 달 현재까지는 0.50% 올랐다.
달러·호주달러 환율 역시 4월 한 달간 0.02% 하락한(호주달러 강세) 0.9251 호주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파운드화 환율 역시 2% 하락(파운드화 강세) 했다. 지난 1일 달러대비 파운드화 환율은 0.592파운드를 기록하며 지난 2009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울러 달러·원 환율은 7일 오전 11시33분 현재 전일보다 0.31% 하락한(원화 강세) 1027.10원을 기록하며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030원을 하향 돌파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020원대로 내려온 것은 종가 기준으로 2008년 8월8일 이후 처음이다.
◇美 지표 개선에도 국채 수익률 하락..달러 하락 압박
전문가들은 테이퍼링에도 불구하고 달러화가 약세를 이어가는 이유로 다양한 대내외 요인들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달러 약세의 가장 큰 이유로는 미국의 경제 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채 수익률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꼽힌다.
실제로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일보다 0.02%포인트 하락한 2.59%를 기록했고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전일대비 0.02%포인트 내린 3.88%로 집계됐다.
최근 고용 지표가 개선세를 나타냈음에도 불구하고 국채 수익률은 하락 흐름을 보이며 달러화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고용시장의 질적 개선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와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낮은 점을 이유로 꼽았다.
지난 2일 미국 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4월 실업률은 6.3%로 전월 6.7%에서 크게 하회했고 비농업 부문 일자리 역시 28만8000개 늘어나며 개선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다만 노동참여율은 전월 63.2%에서 62.8%로 하락해 3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따라서 실업률 하락의 이유가 구직을 단념한 실직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이어지면서 이를 실물 경기 회복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비관적인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미국의 경기보다 영국 등 주변국의 경기 회복세가 더 두드러지는 점 역시 달러화 약세를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다.
마크 챈들러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 수석통화전략가는 "미국 경제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가운데 달러보다 투자하기 좋은 곳들이 더 많아 달러가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영국의 산업생산, 실업률 등 각종 지표들이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면서 파운드화의 가치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경제 회복에 힘입어 영국 영란은행(BOE)이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기준금리는 당분간 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 역시 달러화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옐런 의장은 금리 인상 시기를 결정할 때 실업률 뿐 아니라 파트타이머, 6개월 이상 장기 실업자 등의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를 고루 살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두 지표는 실업률보다 훨씬 회복 속도가 느려 초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아울러 유로화 강세 역시 달러 약세의 이유로 꼽힌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통화 완화책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발표된 4월 물가 상승률이 지난 3월 0.5%에서 0.7%로 소폭 올라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다소 완화된 것 역시 ECB가 추가 부양책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부분이다.
이 밖에 우크라이나 동부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는 점 역시 달러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불안정으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 가격이 오르며 국채 수익률이 하락해 달러화 하락 압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 당분간 약세 기조 이어갈 듯"..옐런 발언 '변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준의 초저금리 정책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유로화도 당분간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토마스 에버릴 로치퍼드 캐피탈 상무이사는 "달러화는 당분간은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지속적인 경기 회복세를 바탕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지만 현재로써는 연준이 금리 인상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면 달러는 약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울리치 로흐트만 코메르츠뱅크 외환 전략 이사 역시 "고용 지표에도 달러는 강세로 돌아서지 못했다"며 "달러 강세를 이끌 요인이 부재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주로 예정된 옐런 의장의 발언이 달러화 흐름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옐런 의장은 7일과 8일 각각 의회 합동경제위원회와 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경제 전망과 통화정책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만약 청문회에서 옐런 의장이 미국 경제와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 비둘기파적인 발언을 한다면 달러 약세는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앨런 러스킨 도이치뱅크 FX투자전략부문 글로벌 이사는 "최근 연준이 비둘기파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청문회 연설은 달러화 약세에 힘을 실어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면에 옐런 의장이 기준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기는 발언을 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CNBC는 "옐런 의장의 발언이 달러화를 강세로 돌아서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옐런 의장이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기는 발언을 한다면 국채 수익률은 올라가고 달러 역시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옐런 의장이 4월 고용 지표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챈들러 전략가는 "실업률보다 옐런 의장은 고용 참여율, 장기 실업자 비율 등에 더 집중하고 있다"며 "실업률은 개선됐지만 옐런 의장이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들이 실망스러웠던 만큼 옐런 의장이 어떤 발언을 할 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