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도 '중립적'이라던 정부, 성장전망 올릴까

한은 이어 OECD도 4%로 상향했지만 통계조정 탓 커
부진한 내수와 투자가 문제..저조한 세수입도 부담

입력 : 2014-05-07 오후 3:32:2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주요 기관들의 경기전망이 긍정적으로 변하면서 정부의 경제정책방향 설정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8%에서 4.0%로 수정했고, 지난 5일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이 4.0% 성장할 것이라고 수정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OECD의 종전 전망치는 3.8%로 한은과 동일했고, 내년도 성장률도 4.0%에서 4.2%로 상향조정하면서 한은 전망치와 같은 흐름을 유지했다. 올해는 물론 내년도 회복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것.
 
정부보다 보수적으로 경기를 전망했던 민간연구원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LG경제연구원이 올해 성장률을 3.7%에서 3.9%로 조정 전망했고, 한국경제연구원도 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3.5%로 소폭이지만 상향조정했다.
 
민간이나 국제 기관들보다 평균적으로 높은 성장률 전망치를 내 놓았던 정부로서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움직임에 틀림없다.
 
ⓒNews1
 
◇ 통계조정 영향 크다는 게 '함정'
 
올해 3.9%의 성장을 기대했던 정부도 기대치를 더 높일 가능성이 높다.
 
기획재정부가 3.9%로 전망한 시기는 지난해 12월, 201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다.
 
6개월이 지난 후인 오는 6월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는 자연스럽게 성장률 전망치의 수정도 가능하다.
 
특히 민간이나 기관들의 전망치가 말 그대로 '전망'이지만 정부의 전망치는 사실상의 '목표'에 가깝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문제는 최근 잇따른 기관들의 성장전망 상향조정이 실제 성장기대보다는 통계의 조정에 의한 것이라는 데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성장전망을 내 놓으면서 국민계정 작성기준을 변경한 영향이 클뿐 경제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큰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다.
 
새로운 국민계정체계에서는 종전에는 국내총생산(GDP)으로 잡히지 않던 연구개발비 지출도 GDP로 포함됐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GNI)은 국민계정체계 개편으로 2000달러 이상 부풀어 오른 2만6205달러로 집계됐다.
 
성장률의 상승이 실제 성장과 무관할 수 있다는 것이다.
 
OECD의 발표 역시 보고서에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한은의 국민계정 조정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보고서 자체에 국민계정의 반영여부를 표기하지는 않았지만 발표시점상 한국은행의 전망을 수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국민계정 조정을 반영한 전망치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내수 부진과 낮은 세수입도 상향조정에 부담
 
기관들이 국민계정 조정을 반영해서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한 것처럼 정부도 동일한 수준에서 성장전망을 할 수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9% 전망에 대해서도 "상당히 중립적인 전망"이라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기관들의 상향조정으로 중립의 기준도 상향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순수하게 국민계정 조정을 반영하기에는 여러가지 여건이 녹록치 않다. 더구나 정부의 성장전망은 향후 경제정책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포인트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때 성장률 전망치도 수정할 수 있다"면서도 "성장률은 국민계정 조정 외에도 여러가지 대내외 여건을 감안해서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기관들의 전망 상향에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전망과 실제의 괴리가 과도하게 벌어질 경우의 부작용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의 경우 성장률의 과도한 낙관적 전망때문에 사상 초유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후유증이 적지 않았다. 심각한 재정운영 부실이 반복될 수도 있다.
 
실제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기재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2월 세수실적은 31조1000억원으로 정부의 예상보다 8조5000억원이나 모자라는 수치다.
 
연간 목표세수대비 징수실적을 뜻하는 세수진도비도 14.4%에 그쳐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18.8%)과 2009년(16.2%)보다 낮다.
 
무턱대고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조정하고 여유롭게 경제정책을 운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은이나 OECD가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대외여건 외에 기대이하의 실적을 보이고 있는 대내여건도 걸림돌이다.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3월 101.2로 전달보다 0.3포인트 하락했고, 지난 1월 101.6을 찍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2월 101.5에 이어 두 달째 하락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상황에서 세월호 침몰참사 이후 소비가 더 위축되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현오석 부총리는 7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제한적이긴 하지만 세월호 사고로 인해 소매판매와 문화시설 이용, 관광, 나들이 등 분야에서 민간소비가 영향을 받는 모습"이라면서 "내수의 주축인 설비투자 역시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여건이 좋아져서 성장률이 상향조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거시경제 정책방향을 잡는데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성장률 전망치 조정에 신중함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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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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