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 기자] "국토가 좁고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의존할 것은 오직 사람의 경쟁력 뿐이다. 우리나라가 지식강국이 되고 기술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대학의 연구와 교육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구자경
LG(003550)그룹 명예회장이 지난해 7월 '연암해외연구교수 증서 수여식'에서 한 말이다. 그가 평소 강조하는 인재론과 맞닿아 있다.
그가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사업을 시작한 지 올해로 40년이 됐다. 그가 설립한 천안연암대학과 연암공업대학은 7일과 9일 각각 개교 40주년과 30주년을 맞았다. 기업 경영보다 더 공을 쏟은 결과다. 그에겐 남다른 보람일 터.
구 명예회장은 지난 1973년 7월 '인재육성'과 '과학기술 진흥'이라는 연암 구인회 LG 창업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학교법인 LG연암학원을 설립했다. 이듬해 5월7일 천안연암대학을, 1984년 5월9일 연암공업대학을 각각 설립해 교육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농·공업 특성화 대학 설립..세계적 수준으로 육성
구 명예회장은 낙후된 우리 농촌의 균형 잡힌 발전을 위해서는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1974년 천안연암대학을 설립했다. 현재 국내 유일의 농업계 사립전문대학인 천안연암대학은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실기교육에 중점을 맞춰 나름의 경쟁력을 키워 왔다.
특히 2009년부터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세계 최고로 평가 받는 네덜란드 'PTC(Practical Training Center) 플러스'의 청정설비와 첨단시설을 도입, 국내 농업인들이 네덜란드로 값비싼 해외연수를 가는 대신 천안연암대에서 선진 농업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천안연암대학은 이 같은 우수한 교육 여건을 기반으로 농축산 계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교육부가 선정하는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 WCC(World Class College)'에 선정됐다. WCC는 2011년 7개교, 2012년 4개교에 이어 지난해 10개교가 추가됨으로써 현재까지 총 21개 대학만이 이름을 올렸다.
또 1984년부터는 경남 진주에 연암공업대학을 설립해 우수기술 인력을 양성해 왔다. 개교 당시부터 산학협력 체계를 구축해 매년 맞춤형 인재 300여명을 육성하고 있다.
특히 2012년 신설된 '스마트융합학부'는
LG전자(066570),
LG이노텍(011070), LG CNS 등 LG그룹 계열사와의 산학협력을 통해 LG가 미래 성장 사업을 위해 필요로 하는 첨단 소프트웨어 및 핵심 전기자동차 부품 분야의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구 명예회장은 두 대학의 설립 초기부터 전폭적인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LG연암학원이 지난 40여년간 두 대학에 투자한 금액은 총 2700억원에 이르며, 이러한 법인 지원금 규모는 국내 사립전문대학 중 최고 수준이다.
이를 통해 LG연암학원은 천안연암대학을 농축산 분야에서 국내 최고 실습시설을 갖춘 대학으로, 연암공업대학은 전국 최고 수준(2013년 기준 84.6%)의 취업률 대학으로 성장했다. 두 대학이 배출한 졸업생수는 총 2만3000여명으로 천안연암대학이 9792명, 연암공업대학이 1만2929명에 달한다.
◇교육자로서 인재육성과 교육발전에 이바지
구 명예회장은 25년간 LG를 이끈 기업가이면서도 교육자다. 그는 1945년 진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경영에 합류하기 전까지 5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1987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내에 설립한 LG사이언스홀은 '나라가 번창하려면 어린 학생들에게 과학에 대한 꿈을 심어주고 교육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구 명예회장의 뜻을 따른 것이다. 1998년에는 옛 LG화학 공장 부지인 부산의 연지동에 또 하나의 LG사이언스홀을 설립했으며, 두 곳을 찾은 학생들은 현재까지 540만명에 달한다.
또 구 명예회장은 1996년 자신이 살던 서울 종로구 원서동 사저를 기증해 국내 최초의 디지털도서관인 LG상남도서관을 개관했다. LG상남도서관은 과학기술분야의 전문 포털사이트(LG ELIT-Electronic Library Information Tour)와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 읽어 주는 도서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LG ELIT는 과학기술 분야에 특화된 170만여건의 논문과 35만건 이상의 강의자료를 보유해 약 9만명의 회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며 연구의 산실로 평가 받는다.
구 명예회장은 이외에도 LG복지재단 대표이사로도 재임하며 교육환경이 열악한 시·청각특수학교, 도서벽지학교 등에 교육용 기자재를 보급, 교육격차 해소에도 기여해 오고 있다. 교육 외길 인생 40년의 발자취다.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지난 7일 천안연암대학 개교 40주년 기념비 제막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좌측부터)박문화 연암공업대학 총장, 구자경 명예회장, 이문호 천안연암대학 총장, 정윤석 LG연암학원 전무(사진=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