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 정책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CB가 반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경기침체(디플레이션)' 불안감을 털어내기 위해 조만간 칼을 뽑아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기준금리 인하를 비롯한 통화 완화책 도입의 시점에 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는 오는 6월을 D-데이로 보고 있다.
◇ECB 오는 6월 회의까지 기다릴 것..거시경제 '활짝'
CNBC는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ECB가 다음 달 통화정책회의에서 통화 완화 정책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거시경제 지표가 일제히 살아난 데다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종료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로존의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7% 상승했다. ECB의 목표치인 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나, 직전월의 0.5%보다는 높은 것이다.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 증감율 2012~2014년 4월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전문가들은 소비자물가지수가 상승세로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ECB가 이번 회의에서 추가 완화책을 내놓지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경제지표 또한 ECB가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었다.
유럽 시장조사 업체 마르키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유로존의 4월 복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달보다 0.9포인트 오른 54.0을 기록했다. 이는 2011년 5월 이후 최고치로 최근 들어 제조업과 서비스업 경기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는 뜻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또한 ECB에 자신감을 심어줬다. 지난 6일 OECD는 올해와 내년 유로존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2%, 1.7%로 잡았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에 발표한 성장률 전망치인 1.0%, 1.4%를 모두 웃도는 것이다.
카스텐 브르제스키 ING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경제지표를 보면 ECB가 새로운 통화 정책을 제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번에도 행동 보다 말로 경제를 둘러싼 우려를 달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워드 아처 IHS글로벌 인사이트 유럽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드라기는 비둘기 발언을 할 것"이라며 "물가가 0.7%에서 더 내려가지 않는다면 ECB는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CB, 유로화 강세 막기 위해 채권 불태화 멈출 수도
소수지만, 반대의견도 있었다. ECB가 자금경색을 막고자 채권 불태화 종료나 마이너스 예금금리를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로존의 가계와 기업을 아우르는 민간대출은 지난 3월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사진=로이터통신)
지난달 29일 ECB는 3월 민간 대출이 전년 동월보다 2.2%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1.4% 증가에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총통화량은 전년보다 1.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두 지표를 놓고 보면, 늘어난 통화가 실물경제로 유입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처럼 시중에 자금이 풀리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면 ECB가 경계하고 있는 유로화 강세가 가속화될 수 있다.
지난 12개월 동안 유로화 가치는 달러 대비 6.5%나 올랐다. 유로화 가치가 오르면 역내 회원국들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곧 경기둔화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통화정책회의에서 ECB가 채권 불태화를 중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채권 불태화는 중앙은행이 채권매입액과 같은 양의 유동성을 흡수해 통화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 조치를 중단하면 시중에 통화량이 늘면서 양적완화 같은 효과가 생긴다.
전문가들은 이 방식으로 시중에 1750억유로를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아울러 기준금리는 현행 0.25%를 유지하면서 마이너스 예금금리를 도입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OECD는 지난 6일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내고 "ECB는 경기부양을 위해 마이너스 예금금리 또한 양적완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CB의 기준금리는 한국시간으로 8일 저녁 8시45분에 발표되고 9시30분에는 드라기 총재의 기자회견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