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임관혁)이 강덕수(63) 전 STX그룹 회장을 기소하며 적용한 특경가법상 횡령·배임·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등 7가지 혐의 중 범죄액이 가장 큰 혐의는 '분식회계'다.
8일 검찰에 따르면 강 전 회장은 자산규모 4조원대 상장기업 STX조선해양의 2008~2012 회계연도에 합계 2조3264억원에 달하는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STX건설에서 일어난 2123억원까지 합하면 STX그룹의 전체 분식회계 규모는 2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당초 알려진 1조원대보다 2배 이상 많은 액수다.
강 전 회장은 홍모(62) 전 STX조선해양 부회장, 김모(59) 전 STX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함께 분식회계를 통해 부실을 감춘 뒤 STX중공업, STX에너지 등 11개 계열사를 동원해 기업어음(CP)을 매입하거나 유상증자, 연대보증 등을 지시해 계열사에 손실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조선·건설업이 수년에 걸쳐 공사가 진행돼 진행률(발생원가/총공사 예정원가)을 매출액에 반영하는 점을 이용해, 공사손실충당금을 감소시키고 진행률은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매출액을 늘려 영업이익을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이 세계적인 조선·해운 경기 불황의 여파로 저가수주 등으로 선박제조 예정원가가 상승하고 영업손실이 증가해 손익구조가 악화될 경우, 금융기관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이나 주가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을 우려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STX건설의 분식회계는 STX건설 경영관리본부장 권모(56)씨가 아파트 분양 저조로 회수가 곤란한 매출채권과 계열사 장기대여금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과소계상해 총이익을 과대계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검찰은 STX조선해양의 5년에 걸친 대규모 분식회계로 막대한 부실이 은폐돼 STX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치고 국민 경제에 폐해를 끼쳤다고 밝혔다.
채권은행은 STX그룹 정상화를 위해 총 6조5000억원 상당의 신규자금을 지원하고, 4조원 상당의 출자전환을 실시하는 등 총 10조원 이상을 투입했다.
검찰은 STX조선해양의 외부감사를 담당한 회계법인이 이런 사실을 알았다고 볼만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날 강 전 회장과 함께 변모(61) 전 STX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이모(50) 전 STX 경영기획본부장, 김 전 STX조선해양 CFO, 홍 전 STX조선해양 부회장 등 5명을 구속기소하고, 이 전 STX중공업·STX건설 회장과 권 전 STX건설 경영관리본부장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강덕수 전 STX 회장이 지난달 4일 오전 검찰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서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조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