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시대 고착화로 수출입 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전자와 자동차 등 주요 수출업체들은 가격경쟁력 급상승으로 수출물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정유·철강 원자재 수입업체들은 수입단가 상승에 따른 위기경영에 시달리고 있다.
전자 및 자동차 업체들은 고환율로 인해 경쟁국인 일본 업체들과 가격경쟁력 우위로 인해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유리한 입장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미국 시장에서 경쟁 중인 자동차 회사 중 유일하게 판매량이 증가해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와 같은 주요 정보기술(IT) 업체들은 경쟁력에 유리한 요소에도 불구하고 환율 급등이 장기적으론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환율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이라며 “거품이 꺼질 때에 대비해야 한다”고 최근 강조했다.
그동안 환율효과를 노렸던 업체들은 이익보단 손실 줄이기에 더 치중하고 있다. 환율 불안 장기화 조짐으로 달러를 파는 수출업체 딜러들은 평가 이익보다는 평가손을 막는 데 애를 쓰고 있다. 한 정유업체 소속 딜러는 “요즘 같은 시장에서는 더 좋은 가격에 거래하는 것보다는 손실을 최소화하고 파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조선업체들은 강력한 환율 안정화 정책 도입을 희망하고 있다. 삼성중공업·STX조선·대우조선해양 등 주요 조선사들은 그동안 환율 급변동에 대비하기 위해서 선물환헤지를 해왔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로 선박 발주가 취소되거나 선박 인도 시점이 연기될 경우 조선사들이 미리 팔아 둔 달러화를 다시 사들여야 하는 형국에 놓이게 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제조업체 입장에선 환율 급등으로 이익을 보는 것을 기대하고 사업을 하는 곳은 거의 없다”면서 “환율이 안정적으로 가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수입 원자재 가격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해운업체와 항공업체의 상황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비용절감 측면에서 유류비 절감노력, 항공기 중량 감축시도 등을 하고 있다.
또 기자재 부품 등의 도입시기를 지연하거나 조절하는 등의 계획에 착수했다. 영업측면에선 해외 항공권 판매망 강화, 환승객 유치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해운업체들은 지난해 고유가 시기보다는 최근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는 표정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달러로 모든 무역 결제를 처리하기 때문에 항공사들보단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철강업계는 국제 원자재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고환율로 인해 그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수요가에서는 국제 슬라브가격이 떨어져 제품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고환율로 인해 가격 인하가 힘든 실정이다.
이 외에 국내 중견·중소기업들 중에선 환율 효과를 톡톡히 보는 곳이 적지 않았다.
중견업체인 삼화페인트는 지난해 사상처음으로 매출액 3000억원을 돌파한 가운데 작년 말부터 밀려드는 수출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의료기기 전문 기업 솔고바이오메디칼은 최근 해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가량 늘었다.
프린터 부품 기업 대진디엠피는 고환율로 인해 오히려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프린터 부품 대부분이 수출 물량이고 100% 달러 결제를 함에 따라 환차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