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경화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심폐소생술 등 응급치료 끝에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지 이틀째. 재계의 관심은 온통 그의 의식 회복 여부에 쏠려 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10일 밤 10시56분께 자택에서 호흡이 멈추는 심장 이상 증세를 보여 인근의 순천향대병원로 이동,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뒤 12일 현재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 입원 중이다. 이 회장이 그간 보안 등의 이유로 삼성병원 외에는 국내 의료진을 찾은 적이 없어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짐작케 한다.
이 회장은 급성 심근경색 진단을 받고 스텐트로 막힌 혈관을 뚫었고, 11일 오전 8시30분께 신체 상태가 안정됨에 따라 체외막산소화 장치인 에크모(ECMO)를 제거한 상태다. 에크모는 심폐소생술(CPR) 후에 심장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 있어 안전한 환자 이송을 위해 사용하는 심장보조장치다.
복수의 저명한 심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단 신속한 초동 조치와 치료가 이 회장의 위급한 순간을 넘기게 한 결정적 요인이라는 평가다. 삼성도 거듭 순천향대병원 의료진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 회장이 앓고 있는 급성 심근경색은 성인 돌연사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질환으로, 관상동맥(심장혈관)이 막히고 심장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심장 근육의 조직과 세포가 죽는 병이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평소 앓고 있던 질환으로 인해 생긴 혈전(핏덩어리)이 관상동맥을 막는 것이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고령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회장의 경우 평소 호흡기, 신경계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기관지 쪽에 문제가 생겨 심장마비를 유발한 것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이 회장은 1999년 폐 림프암으로 수술을 받은 전력이 있다. 이후 호흡기 질환을 극도로 의식해 겨울철마다 미국 하와이나 일본 오키나와를 찾았다.
급성 심근경색의 경우 환자가 갑자기 쓰러진 후 얼마나 신속하게 초동 대응을 했느냐가 생명을 살리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혈관이 막힌 상태를 2시간 이상 방치하면 심장 근육의 괴사가 진행돼 이후 치료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대다수다.
이 회장은 급성 심근경색 진단 즉시 혈전용해제를 투여하는 응급조치 후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스텐트 시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에크모를 달았다. 에크모는 심장과 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쓰여지는 의료기기로, 한때 이 회장이 ‘심정지’라는 초응급 상황을 겪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에크모를 달았다가 금방 제거한 것으로 봐서는 저체온 요법을 쓴 것 같다”며 “이는 뇌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에크모는 예방과 치료 목적, 생명유지를 위해 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회장의 회복 가능성에 대해 “72시간이 고비인데, 성공적인 초동 응급처치로 봐서는 희망적으로 보인다”면서 “에크모를 오전에 제거했다는 것은 그만큼 빨리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경영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는 “뇌 손상 여부에 따라 후유증 등 수술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현재 삼성서울병원 3층에 위치한 순환기내과 중환자실에 입원해 약물과 수액 치료, 저체온 치료를 받으며 깊은 수면 상태에 있다. 당장 13일 오전 저체온 치료가 끝나는 시점이 중대 기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미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사진=삼성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