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중국의 신용 공급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에도 중국 정부가 금융 부문 리스크의 고삐를 바짝 죈 데 따른 것이다.
12일 중국 인민은행(PBOC)은 지난달 은행권 신규 위안화 대출이 7747억위안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월의 1조500억위안에서 절반 가량 급감한 것으로, 전문가들의 예상치 8000억위안에도 못 미치는 결과다.
같은달 인민은행으로 유입된 유동성 흐름을 측정하는 사회융자총액도 직전월의 2조700억위안에서 1조5500억위안으로 감소했다.
다만 함께 발표된 4월말 광의통화(M2)는 전년 동기 대비 13.2% 늘어나 사상 최저 증가율에 그쳤던 직전월의 12.1%를 소폭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그림자 금융 등 금융 부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중국 금융 당국의 노력으로 신용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신용 감소가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을 제한하는 만큼 이번 결과가 경제 성장세 둔화를 용인하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입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마크 윌리어스 캐피탈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부양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신용 성장세 둔화에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며 "침착함을 유지하는 중국 지도부의 태도는 정책 당국이 여전히 신용 리스크 통제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도 지난 10일 "중국이 1990년대 이후 가장 저조한 경제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냉정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경기 둔화 불안감을 딛고 경제 구조 변화에 정책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루스위 인민은행 부총재 역시 "그림자 금융 상품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단기 투자 형태를 통해 도박처럼 운영되고 있다"며 관리·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했다.
실제로 중국의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연 3.3%인데 비해 그림자 금융의 일종인 자산관리상품이 제공하는 금리는 일반적으로 5~6% 수준이다. 이에 그림자 금융에 자금이 몰리면서 정부의 긴축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타오왕 UBS 이코노미스트는 "자산관리상품과 연계된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의 추가 경기 부양책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다리우스 코왈츠크 크레디트아그리콜 스트래지스트는 "중국 정부는 느린 성장 속도에 만족하며 구조 개혁에 집중하고 있다"며 "향후 추가 부양 움직임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