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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국내 정유사들의 윤활유 사업이 올 1분기에도 어김없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정제마진 약세로 고전하는 정유사업과 시황 악화로 신음하는 석유화학 사업의 부진을 상쇄하며 실적 회복의 발판을 마련해줬다는 평가다.
업체들 가운데서는 SK이노베이션이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거둬들였고, 영업이익률에서는 GS칼텍스가 10%대 이상을 기록하며 수익성이 가장 좋았다.
1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의 윤활유 부문 자회사 SK루브리컨츠는 지난 1분기 매출액 7471억원, 영업이익 663억원을 기록해 업계에서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윤활유 사업은 올 1분기 SK이노베이션의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에 그쳤지만, 전체 영업이익에서는 29%를 차지할 정도로 실적 기여도가 컸다.
GS칼텍스는 SK루브리컨츠 다음으로 많은 547억원의 영업이익을 윤활유 사업에서 거둬들였다. 이는 올 1분기 전체 영업이익 814억원의 67%에 해당하는 규모로, 석유화학(영업이익 843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익을 내며 636억원에 달하는 정유 부문의 적자를 메꾸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다.
S-Oil(010950)은 올 1분기 윤활기유 사업부문에서 529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윤활유 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은 정유(영업적자 522억)와 석유화학(영업이익 468억원) 사업 등을 제치고 가장 높다.
영업활동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에서는 업체간 명암이 뚜렷하게 갈렸다. GS칼텍스가 13%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 가장 수익성이 높았고, 이어 S-Oil(9.9%), SK루브리컨츠(8.9%)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GS칼텍스의 경우 지난해 1분기 8.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 수익면에서 견조한 흐름을 보인 반면 SK루브리컨츠는 전년 동기(1.2%)와 마찬가지로 가장 낮은 추세를 이어갔다.
이처럼 영업이익률에서 업체 간 격차가 벌어진 것은 주력 사업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윤활기유는 원유 정제 뒤 수첨 반응 공정을 거쳐 제조하는 것으로 윤활유 완제품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기초 원료다. 첨가제와 혼합해 주로 자동차·선박과 산업용 윤활유 완제품을 만드는 데 쓰이며, 점도와 황 함량에 따라 3개 그룹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GS칼텍스는 시장 규모가 가장 큰 그룹II를 주력으로 한 것이 주효했다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그룹II는 트럭과 발전용터빈 등 주로 산업용으로 쓰인다.
이와 달리 SK루브리컨츠와 S-Oil은 자동차에 쓰이는 그룹III에 집중하며 고급 윤활유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발전용 터빈에 쓰이는 윤활유의 수요가 견조한 덕에 그룹II의 시황이 그룹III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면서 "업체 별로 수익률이 엇갈린 이유도 바로 주력 생산군이 달랐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유업계에서는 올 2분기 역시 윤활유가 회복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달 말부터 드라이빙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데다가 여름철 물동량 증가로 선박과 발전용 등 산업용 윤활유 수요도 덩달아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위기 요인도 분명 있다. 정유사업만 펼쳤던 현대오일뱅크가 지난해 8월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윤활유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면서 업체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윤활유 사업을 시작한데 이어 올 하반기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과 합작으로 설립한 현대쉘베이스오일을 통해 윤활기유 생산에 나서게 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쉘의 유통망을 통해 윤활기유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어서 정유 업계 내부에서도 내심 긴장하는 눈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갈수록 약화되면서 윤활유 사업에 대한 정유사들의 영업이익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현대오일뱅크까지 본격 가세할 경우 수익이 다소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