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올해 중 타결을 목표로 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참가국간에 진전된 협상을 거두지 못하고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이에 정부가 TPP를 지나치게 낙관하고 성급하게 참여 의사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등에 따르면 TPP 각료회의가 이달 중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는 지난 2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회의에 이은 올해 두번째 각료회의다. 그러나 각료회의 개최소식에도 불구하고 TPP 추진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통합 모형(사진=산업통상자원부)
지난달 24일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TPP 교섭을 벌였지만 농산물과 자동차 등에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교섭이 결렬된 것을 비롯해 TPP 12개 회원국 중 어떤 나라도 가시적인 협상 결과를 못 내놨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 미국 의회는 일본의 통화완화 정책에 불만을 표시하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의회는 TPP 협정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런 모습은 지난해 TPP 협상이 처음 시작될 때와 분위기가 다르다. 당시만 해도 당장 그해에 협상이 타결될 기세였지만 회원국 간 의견 차이를 보이며 올해 상반기로 타결시점이 늦춰지더니 이러다가는 또 한해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TPP 협상이 난항을 겪을수록 우리 정부도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대외경제장관회의 전격적으로 TPP에 대한 참여 관심을 표명한 후 이후 6개월 동안 12개 회원국과 예비 양자협의를 진행했다.
정부로서는 조만간 아시아와 태평양을 잇는 거대 경제권이 형성될 마당이니 늦게라도 협상에 들어가겠다는 것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TPP의 주요 피해자로 꼽힌 농업계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공청회도 요식행위로 진행해 협상을 서두른다는 비판을 받았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위한 대외 절차(자료=산업통상자원부)
더구나 12개국과의 양자협의에서는 우리의 TPP 참여에 대한 환영 의사를 이끌어 내고 참여국간 협상에 견해차가 존재한다는 식의 개략적인 정보만 파악하는 데 그쳤다.
TPP가 표류하는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지역과 경제규모 서로 나라들이 참여하는 경제통합이다 보니 협상 추진에서 진통이 없을 수 없다는 것.
한홍렬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TPP 협상이 타결되기까지 문제가 많다"며 "협상 관점에서 보면 너무 많은 나라가 들어가 있어 협상을 두고 굉장히 많은 잡음이 있을 것이고 미국 내 프로세스와 협상의 특성을 봐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경림 산업부 통상차관보 역시 "지금은 협상 상황 자체가 매우 유동적이고 전망이 불확실하므로 각 협상 참가국들이 '우리나라의 참여를 원칙적으로 환영한다'는 정도의 입장 외에는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TPP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안충영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동시다발적 FTA는 경제효과를 잠식할 수 있다"며 "TPP 참여를 언제까지 보고 있을 수 없는데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과의 FTA를 먼저 추진하고 국내 보완대책을 마련해 TPP로 가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의 입장은 TPP에 참여한다는 게 아니라 관심을 보인 것이며, TPP 동향과 국내 영향평가 등을 보고 최종입장을 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TPP 협상이 난항을 겪는다는 지적에는 "지난달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발표한 공동성명에서는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졌고 앞으로 협상 타결을 위한 중대한 모멘텀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이 나왔으므로 이를 글자 그대로 믿으면 협상 타결을 위한 어느 정도의 합의는 이뤄진 것으로 본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