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5년만에 가장 심각할 것으로 전망되는 엘리뇨에 일본 정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상 저온 현상이 소비 둔화로 연결돼 가을로 예정된 소비세율 추가 인상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사진=뉴스토마토DB)
지난 13일 일본 기상청은 "올 여름 엘리뇨 발생 확률은 약 70%"라며 "마지막으로 엘리뇨가 나타났던 2009년 이후 가장 높다"고 밝혔다.
엘리뇨는 태평양 동부 적도 지방의 수온이 주기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으로 서태평양의 수온은 반대로 하락한다. 일본 등 서태평양에 인접한 지역에서는 이상 저온, 폭우, 일조량 감소 등이 나타난다.
실제로 엘리뇨가 나타났던 지난 2009년 5월~2010년 3월의 도쿄 평균 온도는 과거 30년 평균치보다 약 0.2˚C 낮았다.
당시 기린과 아사히 등 주요 맥주 제조업체의 7월 매출은 1992년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이례적으로 낮은 온도와 잦은 폭우로 맥주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BOJ)은 "5년만의 엘리뇨로 인한 이상 저온 현상으로 가계 지출이 줄어들 수 있다"며 "소비세 인상 이후 경제의 최대 복병은 여름 날씨"라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BOJ의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등 국제 정세가 혼란스러워 수출 회복이 더디다"며 "엘리뇨가 지출 둔화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그 추이를 예의주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가하마 토시히로 다이이치생명 리서치센터 이코노미스트도 "엘리뇨가 일본 경제에 예상치 못한 피해를 가져다 줄 것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3분기 성장률이 둔화된다면 소비세 추가 인상 결정도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이이치생명에 따르면 엘리뇨가 발생할 경우 3분기 경제성장률은 0.9%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 맥주를 비롯한 음료와 에어컨, 의류 등 여름 대표 소비 품목의 판매 증가율이 둔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