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과 서울시, 고척돔 사용 놓고 '동상이몽'

입력 : 2014-05-15 오후 12:43:16
 
◇지난해 12월 스포츠시설 설계 전문기업인 미국 로세티(Rossetti)의 정성훈 이사가 고척돔의 접근성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 기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프로야구단 넥센 히어로즈가 오는 2015 시즌부터 서울시 구로구 고척동에 공사 중인 돔야구장(이하 고척돔)의 사용을 고려 중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기대섞인 전망과 달리 넥센은 서울시로부터 최대한 많은 혜택을 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원하는 계약 조건이 합의되지 않으면 계속 목동을 사용할 여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제성 서울시 체육진흥과장은 15일 <뉴스토마토>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최근 넥센과 고척돔 사용에 대해 전향적 자세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이 구단과 사용료를 어떠한 형태로 받을지와 세부적 각 사안의 협의를 종결하면 가을에는 정식으로 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넥센을 고척돔에 새로 들이려는 서울시
 
현재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고척돔은 이미 사업비가 2400억원 이상으로 훌쩍 불어났다. 지난 2007년 3월 하프돔 형태 구장을 짓겠다고 발표할 당시 사업비가 529억원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용이 5배 가깝게 급증했다. 전면돔 형태로 큰 틀을 확 바꿨고 자잘한 설계 변경도 계속 진행돼 공사 기간이 한참 늘어났기 때문이다.
 
공사 이후로 실제 운영에 있어선 연간 100억원 이상 비용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의 기존 돔구장 사용 현황을 살피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수치다.
 
이같은 상황에서 당초 계획했던 것처럼 아마야구 구장으로 사용하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다. 한국 아마야구가 서울시가 원하는 사용비를 지불할 가능성이 희박하기에 결국 서울시의 부담 사항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돔구장으로 짓기로 결정하면서부터 제기된 이같은 문제는 서울시가 고척돔을 하프돔이 아닌 전면돔 형태로 바꾸면서 더욱 확대됐다.
 
전면돔 형태로서 고척돔을 짓기로 확정하고 이미 지붕을 테프론 막으로 모두 막았지만 야구계 일부 인사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프로구단을 유치하지 못할 경우를 생각해 막을 뜯을 계획의 수립도 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서울시가 넥센을 비롯한 프로구단 유치에 다급한 이유도 이같은 비용의 문제 때문이다. 적어도 프로구단이라면 고척돔 사용비를 시에 지불할 능력은 되기 때문이다. 
 
◇고척돔 외야석 위치에서 본 내야 및 그라운드 전경. (사진=이준혁 기자)
 
◇넥센 "시가 우리의 자생을 도와야 한다"
 
하지만 넥센의 입장은 서울시와 다소 온도차가 있다.
 
김기영 넥센 홍보팀장은 15일 "우리는 고척돔 사용에 대해 서울시와 최종 합의한 적이 없다. 세세한 것의 협의가 끝나야 큰틀 협의를 거쳐 합의를 하는데 세부 협의도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구장의 안정적인 사용 여부와 시의 구단 자생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없다면 우리는 옮길 수 없다"고 못박았다.
 
김 팀장은 "지금 넥센은 황금사자기 대회기간이어서 전국을 떠돌거나 퓨처스(2군) 구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목동구장을 아마야구 구장으로 사용한다면, 고척돔은 온전하게 프로에 넘겨야 함이 맞다. 그런데 서울시는 생각이 없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넥센 1군 선수단은 월요일을 포함해서 4일 간의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2군 훈련장(화성베이스볼파크)에서 훈련했고, 15일에는 16~18일의 경기가 있는 지역인 부산 개성고의 야구장을 빌려 훈련을 한다. 넥센은 이같은 상황이 고척돔에 이전해서도 이어질까봐 우려하는 것이다.
 
김 팀장은 "프로야구단 특성상 광고로 먹고 사는 비용이 많은데, 시가 배려해줘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고척돔 착공 전에 발표된 조감도. (이미지제공=서울 구로구)
 
◇넥센, 협상에 유리한 조건
 
넥센은 "목동구장을 계속 사용하겠다"는 기존 스탠스를 바꿔 서울시와 고척돔 사용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엄밀히 말하면 입장의 변화는 아니다. 넥센은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고척돔에 입성하기 위해서 가면 협상의 전략을 취한 것이다. 완공일이 다가올 수록 초조해지는 서울시의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그렇기에 넥센은 상당히 여유로운 모습이다. 서울시가 잠실구장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유리한 "광고 수입을 포기하고 일정 사용료를 받도록 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넥센은 아직도 더욱 많은 조건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현재 서울 잠실야구장 연간 광고 수입인 103억여 원은 홈팀인 두산과 LG가 아닌 서울시가 전액 가져가고 있다.
 
최근 만난 넥센 고위 관계자의 한 측근은 "넥센은 이미 고척돔으로 가는 결정을 내부적으로 마친 상태"라며 "넥센도 결국 기업의 일종이다. 기업은 이익을 만들어야 하는 집단이다. 돈이 필요해 막다른 궁지에 몰린 서울시를 잡고 강하게 압박을 가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야구가 '여가선용'이란 공익적 측면이 있다는 점을 부각해 사용료 면제도 추진 중이다. 광고 수입은 당연히 넥센이 모두 가져가고 사용료 면제 조치도 요구하는 것이다. 여기에 온갖 시설 보수와 설치까지 요구한다. 이미 수천억원이 투입됐기에 시도 놀릴 수 없다. 넥센이 꽤 당당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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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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