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4월 웃었지만..곳곳에 지뢰밭

환율 최대복병..내수 소비침체 장기화
통상임금·정년연장 등 산업뇌관 쏟아져..임단협 장기화 조짐

입력 : 2014-05-15 오후 3:40:40
[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지난달 국내 완성차 업계가 내수를 비롯해 생산과 수출 모두 호조를 보이면서 모처럼 함박웃음을 지었다.
 
다만 현대차의 2세대 제네시스와 LF쏘나타 등 굵직한 신차 효과에 따른 일시적 현상인 데다 원화 강세가 지속되고, 임단협 등 노사 대립도 예정돼 있는 점 등은 분명 부담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지난 4월 자동차산업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생산(43만3799대)과 내수(14만7765대), 수출(29만9268대)  각각 전년 동월 대비 12.3%, 11.2%, 14.0% 증가,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내수판매의 경우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월 13만대 이상 판매하며 그간의 부진에서 벗어났다. 
 
이는 지난해 말 출시한 신형 제네시스와 3월 출격한 LF쏘나타가 예상대로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전체 내수 판매를 견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수입차의 디젤 열풍에 편승, 한국지엠의 말리부 디젤과 르노삼성차의 QM3 등이 시장 공략에 나선 점도 힘을 보탰다. 
 
다만 국내 완성차 5사 중 유일하게 기아차만 전년 동월 대비 3.8% 내수판매가 줄면서 체면을 구겼다. 주력 라인업인 K시리즈가 노후화 탓에 판매량이 급감하며 주저앉은 가운데, 기아차는 카니발과 쏘렌토 신차 출시로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완성차 및 부품 수출액 월별 추이.(자료=산업통상자원부)
 
생산은 신차 출시에 따른 내수판매 호조와 북미·유럽 등 선진시장의 회복세로 수출이 늘면서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수출은 최근 원·달러 환율 급변에도 불구하고, 주요시장의 회복세로 전년 동월 대비 14% 증가한 29만9268대를 기록했다.
 
수출액의 경우 월간 역대 최대인 48억3000만달러를 달성했고, 자동차부품 역시 23억4000만달러로 월간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출액을 기록했다.
 
지난달 국내 자동차 업계의 내수와 생산, 수출이 모두 두 자릿수 증가하며 환하게 웃었지만, 아직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내수에서 소비심리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수출은 단연 원화 강세가 발목을 잡고 있다. 수출 물량이 많은 현대·기아차의 경우 불확실한 환율 리스크에 대한 대응책을 수립해 놨지만, 이 같은 흐름이 장기화되면서 컨틴전시 플랜(비상경영 계획)에 돌입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사업계획을 짜면서 연간 평균 환율을 1050원으로 설정했다. 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경우 매출이 20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하다.
 
특히 기아차의 경우 현대차에 비해 해외 현지 직접 생산 비중이 낮아 롤러코스터 환율 변동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리스크에 대한 대비책과 해외 생산체제 구축으로 국내 기업들이 어느 정도 내성을 쌓고 있지만, 엔저 날개를 단 일본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은 여전히 버겁다"고 털어놨다.
 
송선재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1030원 이하로 급락하면서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만 중국공장 생산능력 확대와 신형 제네시스, LF쏘나타 등의 출시로 중장기 성장성은 향상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생산과 수출 역시 리스크가 산재해 있다. 본격적으로 임금 및 단체협상 시즌에 돌입한 가운데, 노사 양측이 서로 눈치를 보며 ‘푹풍 전야’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노조는 14일 8%가량의 기본급 인상과 함께 물론 60세 정년연장 등이 담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 짓는 등 이미 주도권 경쟁에 돌입했다.
 
특히 올해는 임금인상, 정년연장, 성과급 지급 등은 물론 산업계 최대 화두인 ‘통상임금’ 이슈까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어느 때보다 험난한 임단협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는 임단협 기간이 장기화하면서 노조의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로 내수와 수출 모두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임단협 협상을 조기에 마무리 지은 한국지엠과 쌍용차, 르노삼성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또 현대차를 제외하고는 시장의 기대를 모을 파급력 있는 신차가 없다는 점도 불안요소로 꼽힌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자동차 경기가 좋지 않다. 고비용 저생산, 노사분규, 원화강세, 통상임금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면서 "특히 통상임금의 경우 굉장히 큰 현안이어서 단기간에 해결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계 하투(夏鬪) 일정까지 본격화되면 업계는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노사정 위원회가 의견을 모아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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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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