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국내 자동차 업계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돌입을 앞두고, 험난한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올 노사 임단협의 핵심 이슈는 단연 ‘통상임금’. 때문에 노동조합은 예년과 비교해 한달 이상 서둘러 요구안을 마련하고, 사측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안을 놓고 노사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여름 몸살’을 앓을 전망이다.
12일 황기태 현대차 노동조합 대외협력실장은 “올 임금 요구안을 이르면 14일 사측에 전달할 예정이나, 15~16일 노조 대의원수련회가 열리기 때문에 16일로 늦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2개월에 한 차례씩 상여금을 지급하는데, 월 15일 이하 근무자에게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세칙이 있다.
통상임금의 주요 조건이 고정성과 일률성인데, 현대차는 모든 노동자에게 주는 게 아니니 고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특근이나 야근 등 초과로 임금을 지급하는 수당이 늘지 않아 임금 인상효과가 제한된다.
현대차 노조는 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에 소급분도 받겠다는 입장이어서 올해 임금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 12일 현대차 지부장과 4공장 사업부 대의원회 간담회.(사진=현대차 노동조합)
한국지엠 역시 통상임금 이슈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앞서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은 말리부 디젤 신차 발표회에서 “올해 임단협에서 통상임금과 관련, 노사가 원만하게 합의안을 도출하느냐가 가장 큰 고민이자 도전 과제”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한국지엠 노조는 임단협 요구안으로 기본급 15만9614원 인상, 중장기 발전전망 제시, 내수시장 활성화, 상여금 등 통상임금 포함 등을 확정했다.
가뜩이나 한국시장 축소설로 몸살을 앓았던 한국지엠은 노사간 팽팽한 대립으로 힘겨운 여름을 날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 노조는 대의원회의에서 확정된 임단협 요구안을 지난달 21일 사측에 전달했다.
통상임금에 대한 부담이 적은 르노삼성은 노조가 기본급 11만9700원 인상, 성과급 200%, 고용보장협약서 작성, 미래 비전 제시 등을 임단협 요구안으로 들고 나와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여기에 노조는 사측이 강제 희망퇴직을 강요하고 기간을 연장했다며, 약식 집회 등 투쟁수위를 높여 강력히 반발하겠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지난 2년간 강도 높은 회생작업을 통해 긍정적 수치가 나온 건 사실”이라면서도 “내수시장 침체가 여전하고, 경쟁이 치열해 노조의 요구안 모두 수용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판매가 차츰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엔저 등 수출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여기에 통상임금 이슈까지 겹치면서 올해 노사 임단협은 어느 때보다 험난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