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단체교섭 초읽기..외나무다리는 '통상임금'

입력 : 2014-05-15 오후 4:21:18
[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현대차 노사 간 2014 단체교섭 협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올해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 이후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통상임금 확대를 놓고 그 어느 때 보다 극심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가 확정한 단체교섭 요구안은 임금인상 요구안, 금속노조 자동차업종 요구안, 별도요구안 등 세 가지를 골자로 구성됐다.
 
노조는 임금인상 요구안에서 기본급을 15만9614원 인상, 자동차 업종 요구안에서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60세 정년 보장을 내세웠다. 별도요구안에서는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책정하는 것을 주요 요구안으로 확정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3~14일 열린 제 199차 대의원대회에서 올해 단체협상 요구안을 확정했다.(사진=현대차 노조)
 
노사 양측은 통상임금 확대를 최대 쟁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황기태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대외협력실장은 15일 "올해 최대 쟁점은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지 여부"라며 "이와 관련해 회사 측과 협상을 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대차 정책홍보팀 관계자는 "매년 임금협상을 해오면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고 연봉 인상을 해 왔기 때문에 이번 협상에서 추가적인 총액 인상은 기본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분명한 대립점.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2월 통상임금과 관련해 "어떠한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 여부는 그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인지를 기준으로 객관적 성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현대차 근로자에게는 현재 상여금이 2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있고,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고 있어 '일률성'의 요건까지 충족한다. 여기까지는 이견이 없는 상황.
 
◇대법원 전원합의체. ⓒNews1
 
양측의 주장은 '고정성' 요건 충족을 두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윤여철 현대차 노무 부회장은 지난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에 따르면 현대차의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이 결여돼 있다"며 "법대로 하겠다는 것이 원칙"임을 강조했다.
 
사측이 상여금을 고정성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하는 이유는 대법원이 "근로자의 근무실적을 평가하여 이를 토대로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정해지는 임금은 일반적으로 고정성이 부정된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상여금 관련 세부규칙에 "월 15일 미만 근무자에게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어, 상여금 지급 전 며칠간 근무했는지 '근무실적'을 평가하고 있다.
 
노조는 이를 두고 일방적인 해석이라고 일축했다.
 
노조 측 관계자는 "창사 이래 월 15일 미만 근무자는 없었다"면서 "회사 내부 규정상 7일 동안 무단결근을 하면 면직을 시키는 등 제재를 가하고 있는데 어떻게 15일 미만 근무를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황기태 실장은 "고용부가 월 15일 미만 근무자의 예시를 들면서까지 지침서를 만드는 것을 보면 일방적으로 현대차 노조를 겨냥한 것"이라면서 "사측과 고용부가 현대차 근로자의 고정성 요건을 불충족시키기 위해 억지로 끼워 맞췄다"고 비난했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사측에 상여금을 포함시키지 않은 통상임금의 3년치 미지급 분을 소급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향후 소송 결과에 따라 양측 간의 힘의 균형이 깨질 수도 있다.
 
다만 지난 13일 광주지법 순천지원이 "회사는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는 3년치 소급분을 근로자에게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시해 사측이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예상된다.
 
신은종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대차 노사가 통상임금 이슈를 가지고 노사 협상을 할때 임금의 양도 중요하지만, 이후 임금체계를 좀 더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편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충희 기자
이충희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