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6.4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본격 사투에 돌입한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와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18일 첫 만남을 가졌다. 중간중간 작은 신경전이 연출되는 등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두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진관사 입구에서 열린 '국민생활체육등산대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양측은 당초 시간대를 달리해 도착한 후, 두 후보가 참석자들에게 인사하는 시간이 겹치지 않게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 후보가 행사장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두 사람은 결국 같은 시간대에 행사장을 돌며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행사 시작 직전, 두 후보는 서로 인사를 주고받은 뒤 나란히 자리에 앉아 짧은 몇 마디를 주고받았다.
박 후보가 "얼굴이 좋아 보이신다"고 말을 건네자, 정 후보는 웃으며 "그래서 기분 나쁘신 건 아니시죠"라고 반문했다. 박 후보가 "아니다"며 웃어 넘겼고, 이에 정 후보는 "목이 쉬었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사진 촬영을 위한 포즈를 요청하자 박 후보는 정 후보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어색함을 지우기 위해 애썼다. 행사 중간 중간 두 후보는 짧은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주로 정 후보가 말을 하고, 박 후보가 듣는 모습이었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오른쪽),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18일 오전 서울 은평구 진관사 입구에서 열린 제12회 서울 생활체육 등산대회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News1
'귀빈 소개'에서는 약간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사회자가 박 후보를 "백두대간을 종주하다 급히 내려와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무모하지만 서울시민에 대한 사랑이 넘친다"고 소개한 반면, 정 후보에 대해선 "7선 국회의원을 지낸 후보"라고 다소 짧게 소개했기 때문. 정 후보는 웃으며 "나는 왜 이렇게 짧게 소개하냐"는 뼈 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행사 주최 측은 '축사'에서는 '귀빈 소개와 반대로 하겠다'며 정 후보에게 우선권을 넘겼다. 정 후보는 북한산 인근 '친환경 관광특구 조성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반면 박 후보는 "빨리 산에 가야 되시니까 한마디만 하겠다"며 "안산즐산(안전한 산행, 즐거운 산행)하세요"라고 짧게 말했다.
두 후보는 이후 자리를 옮겨 오전 11시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5.18 민주화운동 제34주년 서울기념식'에서도 나란히 자리했지만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오른쪽)와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제34주년기념 서울행사에 참석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News1
약간의 신경전이 있었던 두 사람의 어색한 첫 만남과 달리, 뒤편에서는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박원순선거캠프 진성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정 후보가 제안한 지하철 공기질 공동조사를 전격 수용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정 후보는 박 후보의 공동 안전공약 발표 제안에 대해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 후보가 지하철 공기질 문제를 '전략적 차원의 정치공세'로 활용하고 있다며 서울시민의 안전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려면 박 후보의 공동 안전공약 논의 요구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정 후보는 이날 오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은 공유하되 정책은 각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박 후보의 '공동 안전공약 발표' 제안을 거부했다.
그는 대신 '지하철 공기질'과 관련해 서울시가 지하철 환기시설을 이전에 비해 하루 4시간 더 가동하고 있다는 한 언론 보도를 인용하면서 "사실이라면 (지하철 공기질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다. 대단히 큰 범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진성준 박원순캠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박 후보는 직무정지 상태다. 서울시에 이래라저래라 관여하고 지시할 입장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두 후보는 19일 오전 10시에 관훈클럽 주최 서울시장 후보 TV토론회에 참석한다. 진검승부가 이뤄지는 첫 TV토론이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공동 안전공약'·'지하철 공기질'에 대한 공방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로 국민적 애도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두 사람 모두 '안전서울'을 최대 공약으로 내걸었다.